식당 바캉스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3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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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흐늘흐늘해지는 요즘, 기다리는 여름 휴가철에 설렘을 더해줄 그림책 <식당 바캉스>를 만났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보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수염이 동그랗게 자란 직장인이 헐레벌떡 출근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입니다.”

  그림 책 속 주인공은 우리네처럼 일터에 지각해서 상사 눈치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요.”

  갑자기 전기 퓨즈가 나가 그동안의 작업이 다 날아가는 말로 못할 허망함은 누구나 한 번 쯤 겪어봤을 거다. (잔업 확정…또르르)


 그런데 인생에서는 그 ‘생각지 못한 일’이 좋은 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고양이 보스가 혼자 있고 싶다고 갑자기 (출장을 빙자한) 휴가를 보내준다. 이게 웬 떡이냐! 복지가 끝내주는 직장인가 보다.


  여차저차 어쩌다 얻은 티켓으로 떠나게 된 주인공! 아래와 같은 코스의 패키지 여행을 제공한다.


꽃게 씨 입수 덕에 즐기는 시원한 <어묵 온탕>

+ 후루룩 면발을 빨아당기는 재미가 있는 <냉면 냉탕>의 조합!

(둘다 "시원~하다!" 소리 나오는 건 공통!)


은행! 버섯! 시금치! 애호박! 반숙이!

다 함께 고소한 참기름 댄스를 추며 만드는 비빔밥의 조합!

(철퍼덕 넘어져도 괜찮아!)


아기자기한 식재료 모양의 가방 구경 +

고소한 김밥 침대 , 바삭바삭 돈가스 소파 체험 +

여행 기념품 구입까지 즐기는 코스!


:

식빵, 달걀말이, 도넛, 만두, 피자 등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침대를 골라 꿀잠 드는 코스!

(사람마다 잠을 솔솔 부르는 포근한 음식이 다양할테지!)


  귀여운 그림이 따뜻한 상상력과 만나 눈길을 사로잡고 심장을 부여잡게 하는 부분이다.


  어느덧 저녁 때가 되어 출출해진 우리의 주인공은 노랗게 불켜진 <>집으로 들어간다. '중국집'은 우리 대부분이 공유하는 추억의 상징같은 공간이 아닌가. 들어가니 하나같이 맛있게 자장면을 먹고 있다.


‘어릴 때 먹던 맛이야.’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다 먹었다고 끝이 아니다. 이 요리집은 꼭 주인 할머니를 불러야 하나보다. 주인 할머니가 입을 박박 깨끗하게 닦아 주시면, 얼굴이 다같이 반딱반딱해진다.


  다만 우리의 '어른' 주인공은 본인의 나이를 의식해 겸연쩍은듯 망설인다.

‘앗 저는……. 이건 수염인데요?’


  할머니께서는 그 나이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만있어 봐. 어서 씻고 자야지.’

  그냥 여느 때처럼 뽀득뽀득 닦아버리신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우리의 어른 주인공 입가에 자리잡았던 동그란 수염이 사라져 똑같이 반딱반딱 해졌다.

  우리 주인공은 언제 어른인 걸 신경썼냐는 듯, 동심으로 돌아가 노오란 오므라이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주인 할머니께 부탁하며 꿈나라에 빠져든다.

“저도 (하트)케첩 뿌려 주세요.”


 모두들 저마다 어릴 적 동심을 끄집어내는 추억의 음식에 파묻혀고롱고롱 잠들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잘 자요 모두."


  그림책 는 실제 휴가를 떠나기 전, 일터나 학교에서 시달려 HP가 0에 수렴해가는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제격인 책이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받았던 '애정 가득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건 여전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어른’이라고 새롭게 부여받은 꼬리표에 발이 묶였을 뿐이다. 그래서 못내 아쉬워도 동심을 한 켠에 덮어놓고, 응석 부리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음식 소스 묻은 입을 쓱쓱- 닦아주는 애정어린 손길은 지금도 흡족할 것 같은 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행복'이란 일상에서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말하듯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도 하고.  데서도 오지 않을까?


  <>와 함께하면서 나 역시 더위에 지쳐 쪼그라든 마음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 같다. 무더운 여름 날에 이 책을 어른~아이 가리지 않고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오늘 저녁 메뉴는 마음 한 켠에 고이 묻어두었던 어릴 적 동심을 불러올 ‘자장면’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직접 가서 먹어볼까나?





#웅진주니어북 #식당바캉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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