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평점 :
“집에 갑자기 불이 났다고 상상해 볼까?” 라는 무시무시한 가정으로부터 이 책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께서 ‘불이 난 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하나 뿐 ’이라는 조건으로 새로운 토론 과제를 주신다. (물론 가족이나 반려동물은 안전하다/크기는 상관없다 라는 가정 하이다.) 이 책은 그 후 나오는 가지각색 답변들과 토론 과정을 담고 있다.
흔히 토론이라 하면 치열한 ‘이성’적 반론이 오가는 게 연상 된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의 토론은 한없이 ‘감성’적이라는 점이 독특한 매력인 것 같다. 사람에게 마다 중요한 가치란 다른 법이니까. 교실 속 열 여덟 명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각자 소중한 물건을 떠올려 본다.
누구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짜주신 스웨터, 다신 볼 수 없는 강아지의 목줄, 누구는 모으는 데 오랜 걸린 게임 카드,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소중한 생명을 두고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 이웃 할아버지가 혹시 탈출하실 때 필요하실까 챙길 담요 등
아이들이 제각각 이유를 담아 갖고 나올 소중한 1가지를 말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며 내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답 하나하나에서 흘러넘치는 현명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 ‘아 이런 걸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주변인에게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시아계 뉴베리 수상작 작가 ‘린다 수 박’씨의 잔잔하면서 강렬한 이야기와 ‘로버트 세 헹’씨의 따뜻한 그림 삽화가 만나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게 했다.
책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자칫 바쁘다는 이유로 놓치기 쉬운,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것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었다. 책 속 분위기는 잔잔하지만, 느껴지는 고민과 감정은 어느 책 보다 치열하고 강렬하다.
뉴욕 타임즈 북의 추천사가 기억에 남는다.
“소중한 가치는 불길이 닿을 수 없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으니까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곱씹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내 책장에서 이번 달 가장 소중한 책 하나만 뽑을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감히 이 책이라 말하고 싶다.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