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빛의 수수께끼 웅진책마을 117
김영주 지음, 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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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라면 맥을 못 추고 푹- 빠져버리는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너의 제목은~: 하얀 빛의 수수께끼였다.



  ‘하얀빛의 수수께끼’라니 뭘까 하며…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숙수(잔치 때 음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요리사)를 아버지로 둔 아이, 창이의 이야기이다. 창이는 솜씨 좋은 궁중 숙수인 아버지 덕에 당시 귀했던 떡과 한과를 자주 맛볼 수 있다.


  그런데도 창이는 그 사실이 좋기는 커녕, 부끄럽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멋진 셰프의 이미지가 있지만, 당시에는 남성이 부엌에만 들어가도 동네 아이들에게 놀릴 감이었단다. 창이는 이에 울기까지 한다. 어디 배부른 소리냐 싶지만, 또래 아이들로부터 "XX떨어진다…." 라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이해가 간다. 책 속의 장면이 실제로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듯 묘사가 탁월하다.


  무작정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아버지를 따라 숙수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창이. 그리고 그것이 못내 아쉬웠던 아버지는 창이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찾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 제안을 하나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와 임금님이 행차하실 화성 행궁으로 가서 일을 도우면서 ‘수수께끼’ 하나를 푸는 것. 그러면 아버지를 뒤이어 숙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수수께끼의 내용은 이러하다.


“하얗게 핀 꽃

눈에 띌 듯 눈에 띄지 아니하며

중하지 않은 듯 중하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 창이는 아버지와 화성을 향해 잠시 떠나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던 창이는 화성 행궁 도착해 아버지의 명을 따라 연향(궁중 잔치)을 돕는 여러 부서의 일을 돕게 된다.



  물을 길어 나르는 수공, 물을 끓이는 탕수색, 술을 담그는 주색장, 두부 만드는 포장 등등. 연회 한 번을 위해 다양한 숙수와 일꾼들이 노력하는 모습과 규모에 감탄이 나온다. 그런 속에서도 창이는수수께끼의 정체를 알아내느라 바쁘다.


  여러 구역을 돌며 일을 돕는 창이는 창이는 ‘하얗게 핀 꽃’ 후보를 추려가는데 골몰한다. 쌀, 소금, 콩 등 그럴듯하지만, 하나씩은 조건에 들어맞지 않는단다.

  그러던 중 창이는 어느 날 숙수마다 입을 모아 인정하는 공병(떡과 한과 담당 숙수)인 아버지께서 열중하여 채소과를 만드는 과정을 실제로 보고, 숙수라는 직업에도 매력을 느끼게 된 된다.


  이 책에 나오는 한과는 묘사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책 앞쪽에서 창이가 얻어먹은 매잡과. 매잡과는 한과 일종으로 밀가루를 반죽해 만드는 고소한 맛의 매화 모양 유밀과라는데 꼭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창이가 아버지께서빚는 과정을 목격 했던 채소과(꿀물에 반죽한 밀가루를 가늘게 늘이어 실타래 모양으로 꼬아서 기름에 띄워 지진 채소 모양 유밀과)도 있단다. 약과, 유과 정도만 유밀과를 알았는데 , 이 책은 궁중 과자도 찾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아버지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 책에는 ‘두 번째 수수께끼’도 곁다리로 등장한다.

  일을 돕다 소개받아 어쩌다 돕게 된 다정한 ‘정 숙수’. 그런데 아무래도 그냥 숙수라기엔 묘한 존재감이 있다.

 

 첫 만남에서의 정 숙수의 말을 들어보자.

“여기는 숙설소의 곳간이다. 너와 나는 곳간에 들어가서 할 일이 있느니라. (중략) 그리고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내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 주면 된다.”


  첫 만남부터 이런 부탁을 하는데다, 나중에는 임금까지 만나 이야기도 헤봤단다. 그 정 숙수는 과연 누구일까?



  그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등장하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양반님들 시대’ ‘화성’ 등의 실마리를 찾아 시대적 배경을 좁혀가는 것도 재미있다. 읽다 보면 글쓴이가 흩어놓은 힌트를 모아가며 곧 행차할 왕이 조선 시대 XX 왕의 시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왕을 도우러 화성에 미리 온 XXX사 정숙수의 정체!


  이야기 마지막에 창이는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냈을 뿐 아니라, 왜 아버지가 그런 수수께끼를 자신에게 냈는지 알게 된다. 생소한 역사 속 직업인을 알게 하고, 당시 시대까지 추측하게 해보는 재미있는 두 개의 수수께끼 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넘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역사 동화인데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술술 읽힌다. 화성행궁을 맞아 궁중 연회 준비가 한창이던 당시의 수원의 현장을 엿보고 온 기분이다. 당시의 시대상까지 알 수 있는 건 덤이다.



  수수께끼의 답이 궁금한 분께서는 표지의 그림을 유심히 보시라! 하늘빛 배경에 하얀 연꽃이 핀 표지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창이처럼 주변 사람의 시선에 휘둘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 드린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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