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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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국가 경제 규모 순위 10위(IMF), 국가 경쟁력 순위 23위(OECD)라 한다. 상대적 빈부격차가 클 뿐이지, 절대적 삶의 질로 따지면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겠다. 최근 자국민이 얼떨떨할 만큼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어깨가 괜시리 으쓱해지던 차였다. 내가 동화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를 만난 것은. #비행기에서쓴비밀쪽지


  ‘비행기’에서 썼다니, 해외로 퍼지는 한국의 위상을 보여줄 책일까? 거기다 ‘비밀 쪽지’라니 뭔가 모험의 냄새가 나 두근두근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엄청난 착각을 깨닫게 된다.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그 과정으로 오는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새살이 덮고 난 자리 아래에는, 과거 ‘해외 입양’이라는 떳떳하고는 말하지 못할 상처가 있었다. 운 좋게 좋은 외국인 부모를 만난 경우 새살이 돋아 잘 살고 계시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치유되지 않고 마음의 고통 속에서 자라셨을 거다. 그리고 현재도 어딘가에서는 그러한 그림자가 남아 있을 테다. 

  책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귀로 만든 수프」, 「아까시꽃을 먹고」, 「서 있는 아이」, 「나는 어디로 가나」,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 

  각각의 독립적인 6편의 ‘해외 입양’ 에피소드를 엮어 구성되어 있다. 책 제목은 첫 번째 챕터에서 따온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귀로 만든 수프」 편이다. 해외 입양인 막심이 과거 한국에서 자랄 때 엄마가 자주 해주셨던 기억이 있어 먹고 싶어했던 ‘귀’, 그 정체를 알고 나서는 충격적이고, 귀엽고, 안타까운 등 온갖 만감이 교차한다. 해외 입양인 입장에서는 어린 마음에 저렇게 기억하고, 마냥 그 추억을 그리워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가난한 가정에서 부담 없이 먹기 좋았던 한국식 귀 수프의 정체! (그 귀의 정체 OOO가 궁금하다면, 책을 꼭 보시라!)


그 외에도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편에서) 지금은 한국어를 잊었지만, 어릴 적 프랑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적었던 한글로 적었던 비밀 쪽지. 크고 난 뒤 궁금함에 주위에 번역을 부탁해 쪽지의 내용을 알게 됐을 때, 해외 입양인 당사자 마티아스와 그 가족들이 느꼈을 먹먹한 뭉클함.


  「아까시꽃을 먹고」 편에서) 프랑스에서 아까시꽃을 보고는, 문득 한국 보육원에서 자랄 때 배고픔에 아까시꽃을 먹은 기억을 떠올리는 입양인 루디아 이모. 그 후에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 음식을 먹어보는 등 여러 문화를 경험하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려 하는 낙천적인 분.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 이야기에서 한국 출신 해외 입양인이 뿌리를 막연히 그리워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온 감각으로 느껴졌다. 그 속에서도 나름의 고국과의 연결 끈이 이어져 있는 것 같아 마지막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지만 마냥 희망적이기엔 현실은 씁쓸할 때가 있다「나는 어디로 가나」 편에서 먹먹함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다니, 그 인생을 휘두른 주체들(국가, 해외 입양 부모, 법 등)은 마치 ‘버리고 줬다 뺐는다’와 같은 가벼운 단어로 입양인을 취급하는 것 같았다. 

  몇몇 이야기들이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라는 말을 나중에 보고는 눈물이 퐁퐁 솟았다. 상상치도 못한 결말에 절로 숙연해졌다.


  해외 입양인 출신이라고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가족을 만나 더 행복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그저 담담하게한국 출신 입양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을 읽고 평소 관심이 없던 해외 입양인들의 삶에 관해 많은 생각이 오가고 뭔가를 느끼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그 후의 몫은 우리 사회가 함께 채워나가야 할 것같다.

  이 책은 ‘프랑스’만을 배경으로 했지만,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 무게감이 크다. 전 세계에 퍼져간 한국 출신 입양인들의 삶은 더욱 반경이 넓을 것이다. 이 모든 입양인 분들께 죄스러울 것까지야 없지만, 한국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약간의 원죄와 같은 부채감이 가슴 속에 싹트는 건 좋은 신호겠다. 

  한국 출신 입양인이 뿌리를 찾고자 희망한다면, 한국과의 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손이라도 보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좋겠다.



  책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는 아동문학으로 분류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참 뜻깊고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게감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니,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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