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생쥐에게 축복을! 작은 책마을 37
로이스 로리 지음, 에릭 로만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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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할 책은 “세상 모든 것은 축복받을 수 있대요. 근데 왜 생쥐만 안 되냐고요!”라는 재미있는 푸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되시겠다. 


  책 제목과 표지 그림 속 아슬아슬해 보이는 생쥐들의 모습을 보고, ‘톰과 제리’ 속 귀여운 악동 제리가 생각나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가는 무려 뉴베리상 수상자 ‘로이스 라우리’가 글쓴이, 칼데콧상 수상자 ‘에릭 로만’이 그린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고 보기 시작했다.


  『온 세상 생쥐에게 축복을!』의 책 속 배경은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이다. 다만, 놀라지 마시라. 이 성당 내부에는 놀랍게도 230마리의 생쥐들이 서식 중이라는 사실! 생쥐들의 대장(주인공) ‘힐데가르트’, 단짝 생쥐 ‘로드릭’, 라이벌 생쥐 ‘루크레시아’, 박학다식 생쥐 ‘이나시오’, 재간둥이 꼬마 생쥐 ‘하비’ 등등 다양한 쥐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수많은 쥐들을 다 똑같은 1마리로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멘탈 유지를 위한 정신승리?)



  사실, 인간 독자 입장에서는 이 어마어마한 생쥐 수에 절로 소름이 부르르 돋는다. 당장 방역전문업체 세스코라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작중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생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니, 점차 생각이 바뀌어 간다. 인간 눈높이로 무심코 보면 다소 징그럽거나 하찮은 목숨에 불과한 생쥐이지만, 그 나름대로 매일의 삶을 이어나가는 저마다의 사연이 드러난다. 인간에게 존재를 들킬 법한 크고 작은 아찔한 사건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겨나, 그걸 보는 독자까지 가슴이 조마조마 벌렁벌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의 ‘머피 신부님’은 ‘동물 축복식’을 맞아 ‘엑스터미네이터(해충 구제업자)’에게 전화를 건다.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해석한 생쥐 대장 ‘힐데가르트’는 ‘엑소더스’라는 비장한 낱말을 동족 생쥐들에게 전하고. 함께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미션은 ‘동물 축복식’까지 살아남기!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생쥐 군단의 생존 의지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생쥐조차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배경이 ‘성당’이라는 역설적인 상징이 재미있다. 그 어느 집단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장 크게 강조하는 종교적 장소에서조차, 인간은 (쥐와 같은) 일부 생명을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기 쉽다. 작가는 특정 종교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러니함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등장인물인 ‘쥐’의 상징성 또한 재미있다. 유구한 역사 속 인간이 기피해 온 수많은 생물 중에 하필 ‘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다만, 작가 특유의 따스한 눈길은 영화 ‘라따뚜이’ 속 주인공 쥐 같은 사랑스러움을 부여하여, 독자가 편견을 버리고 친근감을 갖고 쥐를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이렇듯 이 책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편견’을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만, 콕 집어내어 준다.



  “세상 모든 것은 축복받을 수 있대요. 근데 왜 생쥐만 안 되냐고요!” 라는 최초의 물음으로 다시 되돌아 가보자.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해충’의 기준이 단순히 ‘인간’ 기준으로 해를 끼치냐, 아니냐에 따라 나뉘는 거라니 말 다했다. 그 유명한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인권’까지만 말한다. 인정하자. 나를 포함하여 인간은 몹시 인간 중심적인 존재다.


 “그러면 바퀴벌레도 축복받아야 하나요?” 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여전히 바선생은 못 품겠다... 다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인간 특유의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쳐 다른 생명체를 깔보거나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나?’ 하는 반성적 물음을 하게 한 것부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평소 생명에 관한 태도를 한 번쯤 되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필자에게 다가온 이 책의 요지는 그거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편견’을 버리고, 생명의 소중함과 공생을 시도해 보자는 것. 귀여운 생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진중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와 그림에 한 번 더 반했다.


특히, 세 부류의 분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그래서 ‘동물 축복식까지 살아남기!’ 라는 숙명을 갖고, 함께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 생쥐 군단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사서 보도록 하자!

(책이 참 재미있다, 역시, 뉴베리상, 칼데콧상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닌가 보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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