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원하는 아이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0
위해준 지음, 하루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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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원하는 아이라니, 책 제목부터 강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당장 나부터도 그런 아이가 되기 위해, 나름 치열하게 의식하고 고민하며 성장해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눈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이 말해줄 모두가 원하는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어제의 약한 나는 잊어, 완벽한 내가 될 거야. 모두가 원해, 달라진 나.” (p.22-24)

  언뜻 보면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 가사를 닮은 이 문구는 책 모두가 원하는 아이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한다. 바로 새미래 정신성형 연구소의 홍보 영상 노랫말이다, 언뜻 듣기에는 진취적이고 희망찬 문구이나, 가까이 살펴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조금 꼬아 해석하자면, <누가 보기에 모자란 구석이 있는 성격을 버리고, 모두에게 찬사받는 성격으로 정신성형을 권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전신성형을 부추기는 시대에, 정신성형을 광고하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러한 배경의 시작점에서 책의 이야기가 출발한다.

 

  이 책 속에서 남들이 선망하는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 뉴캐릭터 버튼이다. 정신성형을 목적으로 뉴캐릭터 버튼을 이식받으면 원하는 성격으로 바꿀 수 있다. 캐릭터 버튼의 종류로는 옐로 버튼(사교성), 핑크 버튼(인기), 레드 버튼(열정), 블루 버튼(집중력, 끈기) 등이 있다. 부모님들이 값비싼 투자로 본인 자녀에게 정신성형을 시켜주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부작용은 개인 부담이다. 돈을 더 내면 부작용이 낮은 맞춤 버튼으로 정신성형을 받을 수 있다. 정신성형계의 개인 PT랄까?

 

  아이들은 캐릭터 버튼 체험실에서 정신성형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책 속의 주요 인물인 아이들은 넉넉한 처지는 아니지만, 연구소가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개중 일부를 선발해 캐릭터 버튼을 무상 시술해주는 프로그램에 지원한 입장이다. ‘간택’(?)을 기다리는 동안 남들이 부러워 하는 성격과 성공에 이르는 삶! 새로운 삶을 살 기회라는 모토를 자랑하는 연구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간택받아 핑크 버튼을 얻기를 간절히 원하는 주인공의 친구 치치같은 아이가 많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 입김에 연구소에 들어온 우리의 주인공 B5-33(재희)는 뉴캐릭터 버튼에 크게 감흥이 없다. 새로운 캐릭터 체험 후에도 내 것이 아닌 듯한 저항감에 불편해할 뿐이다.

뉴캐릭터 버튼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습관이나 쓸모없는 생각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말에 나(재희)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 안에는 쓸모없는 것들이 가득 차 있어서 한 번의 체험만으로도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질까 봐 걱정됐다.”(p.28)

 

  이렇듯 재희는 달라진 나를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아닐까?’라는 생각에 골몰하기까지 한다. 다소 치기 어린 사춘기 때스럽기는 하지만, 나 또한 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해왔기에 많은 공감을 했다. 그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이룬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누구 기준으로 쓸모없는생각인 걸까?


  주인공 재희는 연구소장에게 프로 박사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보다 몸이 길면 잘라 내고, 모자라면 잡아 늘이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에서 빗댄 것이다. 작가 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인공 재희의 뉴캐릭터 버튼에 덤덤한 모습과 저항성 높은 신체 반응이 오히려 프로 박사(연구소장)의 관심을 부른다. 그래서 연구소장은 재희에게 다들 선망하는 맞춤성형까지 무상으로 제안하지만, 재희는 고민을 거듭한다. 그러나 재희 부모님까지 맞춤성형을 반기는 반응을 보이며 넌지시 바라자, 재희는 저항감을 놓고 휩쓸려 버리려 한다.

 

  이런 재희가 친구 치치를 포함해, 연구소장의 조카이자 유명 소셜미디어 채널 주인 메리재인과 평소 이상 반응을 보이던 25번 등 연구소 내 다른 아이들과 새롭게 만나게 되면서 함께 나아가는 행보가 흥미진진하다.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라!)

 

쨍한 색감의 강렬한 표지에는 주인공 재희가 이를 악물고 있는 모습이 나온  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한 차례 더 다가온다. 주인공인 재희의 이름도 나중에 부모님이 불러줘서야 등장한다. 평범한 한 사람을 특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교화(?)가 필요한 실험 대상으로서만 객체화해 보는 시대를 느끼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재희는 단순히 한 아이가 아니라, 오늘날 아이들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는 이미 암묵적으로 특정 성격을 선망하고 가지라고 강요하고 있다. 성격의 판단 기준은 시대마다 달라져 왔지만, 요즘은 대체로 <밝고 사교적이며, 주변 사람에게 인기가 많은, 매사에 집중할 수 있고 열정 있는 아이> 정도가 좋은 성격이라고 여겨진다. 뉴캐릭터 버튼의 종류가 이를 상징하고 있다. ‘인싸-아싸를 나누는 말이 등장하는 시대니 말해 무엇하리. 우리 주변에는 아이를 지나 어른이 된 때에도 자신의 성격을 고민하며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라 불릴 정도로 외모에 민감한 사회를 넘어, 이제는 성격까지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내가 나이지 않게 되는 세상, 더이상 SF적인 이야기가 아닐지 모르는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우리 사회의 무서움을 경고하고 있다.

 

  책 제목 모두가 원하는 아이라는 말처럼, 정말 정신성형을 모두가 원할까? 어른들을 위시한 누군가의 주관적인 욕심이자 강요인 건 아닐까? 주변에서 나에게는 어떤 뉴캐릭터 버튼을 권할지 궁금해진다. 끝 맛이 묘해서, 여러 가지를 곱씹게 되는 책이다.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나를 바꿔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본 적 있는가?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 책, 내가 나로 남고 싶은 이 시대의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한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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