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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별하고 있다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19년 11월
평점 :

<생의 모든 것이 불현듯이었다.
사랑이 찾아오는 것도, 너와 함께하는 것도>
그렇게 붉은색의 정열적인 옷을 입고서 도도하게 내게로 이 책이 찾아왔다. ^^
필자의 오랜 고뇌가 응축되어 자연스럽게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참으로 따뜻한 도서이다. 문체가 정말 아기자기하고 이쁘다. 취향 저격이다.
오글거리고 새벽에 그를 떠올리며 한 자 한자씩 써 내려간 연애편지 같지만 그래서 유난히 더 정감 가고 모든 내용 하나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읽게 된다. 춥고 밤이 긴 겨우내 서너 번은 더 잠자리에 들기 전 꺼내볼 거 같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혼자일 때가 많다. 혼자됨은 두렵지만 어떤 때는 그 홀로됨을 스스로 찾아가기도 한다. 누군가가 싫어서가 아닌 나의 휴식을 위해서. 고독감은 당연하다. 주위를 보면 한시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주절주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실제로 그러하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분들이 꽤 있다. 듣지 않고 배설하기만 하는데 대화가 될지 의문이지만.
게다가 책이 주는 향기를 맡지 못하며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었다.
시쳇말로 남자들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게 꼭 성별을 나눠야만 할 이야기인가 싶지만 말이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정말 싫어한다. 두루뭉술한 대처로 인해 서로의 오해를 초래하고 갈등만 부추기니. 그래서 제목으로 연애 관련 책처럼 보이나 생의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엄마의 품속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 수필이 마음에 무척 들고 좋다.
끝맺으며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여 옮겨 싣는다. (176페이지)
# 나는
사람이 미워져 멀리하고 싶을 때는
주변이 싫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보이는 풍경을 끌어안으며
무작정 걷는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