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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임의 미학 - 타인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심리 수업
최명기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근래 읽은 심리 관련 서적 중에서 단연코 최고이다. 내용 만족도는 별 다섯 개를 줘도 부족하다고 본다. 목차 구성에서 아주 살짝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심리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는 이는 일부다. 대부분 가까운 주변인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들의 조언이나 충고 및 격려 등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은 많지 않다* (7페이지)
서문의 첫 문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왜일까? 제목에서부터 알려주듯 다수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실수인 수동적으로 단순히 듣는 행위만이 아닌 생각 없는 생각이란 표현처럼 목적 없는, 아무 조건 없는 귀 기울임을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공감을 넘어 엄지 척을 주고 싶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고 좋다.
특히 <말을 건네기 전에>라는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1부와 <귀 기울이기 위한 심리공부>의 2부 내용이 무엇보다 영양가 있고 그간 본 심리학의 정수를 모아 놓은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그래서 이제는 입을 때기가 솔직히 무서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위에 대한 말씀은 세간의 풍경과 함께 여러 생각을 던져 주기도 했다.
*자신이 해내지 못 하는 일을 남에게는 잘도 말하는 게 인간인 것이다. 실상이 그렇다 보니 충고나 조언을 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은 극히 드물다.* (40페이지)
타인을 잘 이해하고 그에게 진정으로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심리수업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끝맺음과 필자의 궁극적 목적은 역시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한, 내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임을 추천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 역시 같은 코스를 밟아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또한, 우울증과 조울증까지 동반한 가까운 지인과의 경험을 통해 정신과 전문의 못지않은 경험자로서 본문에 나온 구구절절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조언과 충고를 했었고 어쩌면 평생 못 해볼 체험을 했었다. 그래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나름의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경험을 근거로 행동하고, 경험을 잣대로 타인을 판단한다는 말처럼. (142페이지)
마무리하며 꼭 이 심리 서적이 아니라도 함께 나눴으면 하는 글귀가 있어 적어본다.
*세월이 남긴 흔적을 누군가의 마음에서 지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은 달라졌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알아주지 않아 억울한 사람도~~
자신의 모습 가운데 바뀐 부분도 있지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타인으로서는 남아 있는 부분이 더 많으니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변화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고 타인이라는 것을 납득해야 한다. (263페이지 편집)
그렇더라. 판단하는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 있기도 했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오랜 뼈를 깎는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 것이다. 표지를 덮으며 지은이의 바람처럼 타인을 따듯하게 보듬은 수준은 여전히 멀었지만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