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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평점 :

좋다. 좋아.
300페이지 적당한 분량에다 40개 장마다 들어간 삽화는 철학책을 살짝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집필 의도에 충분히 묻어나 있듯 서양철학사의 시조부터 현대 철학자까지 몇 시간의 투자로 두루 만나 볼 수 있으니 이보다 가성비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싶다.
세상의 기본원리를 따지고 인간 본성을 논하기 위해 哲(알다) 學(배움)을 하듯, 과거 삶의 이치까지는 몰라도 내성적이고 틈만 나면 이상하고 독특한 상상을 종종 했던 나를 파고 또 헤아리기 위해 한 학기 내내 학점을 펑크 낸채 대학 중앙도서관에 박혀 살며 접했던 게 심리와 철학서였다.
학문으로서 하는 게 아니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그 벽은 대단히 높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부터 머리가 핑 돌았으며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는 사실상 포기했었다. 그래서 샛길로 프로이트와 아들러로 시작한 심리학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돌고 돌아 결국 철학에서 만난다고.
먼 길을 돌았지만, 다시 이해가 되든 아니든 간에 서양철학사와 철학자들을 접했으니 말이다. 수학도 결국 철학이라고 했으나 그 정도로 숫자랑 친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말이다.

이 <철학의 역사>는 확실히 입문서로서는 최고라 칭하고 싶다. 인문학으로 철학을 조금 알든 모르든 간에 이 한 권으로써 여름철 보양식을 먹은 듯 든든함이 뇌리에 가득 찰 것으로 확신한다.
40명의 철학자를 다시 만나면서 기분 좋았던 점은 몇몇을 빼고는 다 구면이라서였다.
반갑고 또 흥겨운 시간이었다.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을 손톱만큼도 구경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유난히 책장에서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존 롤즈의 <정의론>과 세네카의 <인생론>을 보며 예전 전공서적 보다 분량이 더 많고 빽빽한 글씨는 참 愛嬌 없는 남자 같다는 생각이 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