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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 따라 하다 보면 돈이 쌓이는 친환경 소비 라이프
최다혜.이준수 지음, 구희 그림 / 미래의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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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오염은 우리의 심한 과소비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절약을 친환경 실천으로 보는 저자 부부의 등장이 반갑다. 왠지 나도 저자 부부처럼 티끌 모아 태산되는 절약 생활도 하고, 환경 보호도 하고 싶다.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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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보글보글 - 오늘도 멘탈을 붙잡고 아이들과 명랑하게 교실에서 살아남기, 2021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
이준수 지음 / 산지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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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의 세계>와 이준수 작가의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같이 읽었습니다.

이준수 작가의 제목은 '선생님'의 세계를 다루는 듯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 바라보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소영 작가님과 이준수 작가님이 다루는 대상은 모두 '어린이'입니다.

<어린이의 세계>를 읽은 분이라면,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읽는 것도 권유합니다.


글쓰기 교실의 선생님(김소영 작가님)이 바라보는 '어린이의 세계'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준수 작가님)이 바라보는 '어린이의 세계".


같은 어린이를 다루지만, 두 세계의 어린이들이 다른 점이 재미있었어요.


1. 글쓰기 교실의 어린이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의 세계>)


글쓰기 교실은 적은 수의 아이들이 모여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글쓰기에 관심있는 아이 본인이 제발로(?) 걸어들어 왔거나,

아이가 글을 썼으면 하는 교육관을 가진 부모님의 자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요.


그래서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들은,

조금 더 자기 표현을 정돈할 수 있고(글로 쓰니까요),

집에서 사랑받고, 잘 보호받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그 어린이들을 밀도 있게 바라 보니,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세계와 사연이 녹아 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 그 주체로서의 '어린이'가 궁금하시다면 김소영 작가님의 책을 권합니다.


2. 초등학교 교실의 어린이들. (이준수 작가님의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작가님의 어린이들은 '교실 속의 어린이들'입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은 교실에서 20명 넘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의 아이와, 집에서의 아이가 다르다고 하지요.

학교에서 아이가 다른 이유는,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공교육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은,

아주 다른 가정과, 아주 다른 개성과, 아주 다른 학습 능력 및 태도를 갖고 살아갑니다.

너무 다른 아이들이 서로 호흡하면 어떤 느낌이 날까요?


조퇴를 맡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프로 꾀병러'들,

버킷 리스트에 빼곡한 아이들의 '*kg 빼기',

콩나물 성장 실험에서 말라가는 콩나물을 보고 슬퍼서, 콩나물 실험에 실패한 이야기.

스스로를 곤듀라고 칭하는 아이까지.


109쪽. 부모들은 자식을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로열 패밀리 콩깍지를 쓴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그런 맥락에서 나의 일터인 학교는 왕족 교육기관이다. 왕자와 공주는 당연한 권리처럼 사랑과 지지를 갈구하며, 고품격에 어울리는 대접을 원한다. 스무 명이 넘는 왕자와 공주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왕족 교육의 대리인으로서 어린 왕족을 존중하고 성심껏 가르쳐야 한다.


교실에서 날것 그대로의 어린이를 마주하다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로 가지 못 하면 잃어버릴 것들을 알게 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습격차만 벌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아이들이 잃어버린게,

학교를 잃어버리면 무엇을 잃어버린지를 알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지내는 초등학교 교실은 어떨까?'

'내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일까?'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실까?'


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이준수 작가님이 주간지 '시사IN'에 연재하는 '학교의 속살'을 애독하던 독자로서,

이 책 출간이 반갑습니다.


세상의 어린이들을 이해하다보면,

나의 아이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의 상처를 보듬고,

어른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답을 하게 됩니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그리고 이준수 작가님의 <선생님의 보글보글>.

아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직은 학생 및 학부모의 선호 직업 상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먹는 분야 중 하나인 교육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고, 교사 본인들이 생각하는 직업만족도는 하위권을 맴돌지만 결혼 배우자 상대로는 괜찮은 평가를 받는 몹시 복잡하고 역설적인 직업이다. - P8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 P48

누군가에게는 과학 실험이니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식물이니까 괜찮다는 말이 가슴을 찌르기도 한다. - P59

사람들은 수도권 대도시가 시끄럽다고, 집값이 비싸다고, 자연이 좋다고 하면서도 도시만 찾는다. 비싼 돈 내고 해안가 리조트에 잘도 묵으면서 지방 해안 도시에 살면 죽는 줄 안다. 소도시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소도시에 살고 싶은 나는 잘 모르겠다. 지방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자연이 가깝다. ... 어쨌든 여러분, 지방은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너무 겁먹지는 말아주세요. - P76

접시에 남은 카나페를 아이들에게 먹인다. 주거니 받거니 접시를 돌리는 사이, 우리 반은 집단 각성 상태에 돌입한다.
"우리 이번 학기 너~어무 좋았지 않냐?"
"맞아요. 카나페도 먹고."
"담임 선생님도 좋았지? 그치?"
"예. 맞아요."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술을 마실 수 없으니, 우리는 설탕을 먹고 당중진담을 나눈다. 무슬 말을 나눴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튼 기분이 좋다. 딸꾹! - P80

나는 금손의 앞날을 걱정 하지 않는다. 뭘 해도 잘 먹고 잘살 것이다. 사람 마음 얻으면 다 가진 거지 뭐. - P113

노동의 가치와 보상은 절대적이지 않다. 어떤 노동에 비싼 값을 치르고, 존경을 표현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나는 나중에 혹시 창영이와 미주의 재능을 무료로 탐하는 파렴치한이 있을까 봐 은밀히 한 마디 덧붙였다.
"누가 공짜로 너희 부려 먹으려 하거든 계약서부터 내밀어, 너희 청소는 진짜 예술이니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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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 잘해주고 상처받는 착한 사람 탈출 프로젝트
한경은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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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베이터에서 큰 아이가 소리를 빽 지른다. 서러움이 울컥 솟아오른 목소리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는거 같아!"


아이를 얼른 안아줬다. 사랑한다고 수습했다. 등을 쓸어주었다. 하나도 안 밉다고. 


엄마한테 미움 산 것 같다고 느꼈던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유치원 등원 시간. 바쁘다. 1분, 2분 사이로 유치원 차를 놓칠지도 모른다. 큰아이는 동생과 스티커 놀이를 시작한다. 몰입한 사이 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겼다. 머리도 빗기고 스카프빕 똑딱 단추도 채워줬다. 이제 출발하면 되는데...!


"저 오늘 공주할거에요."


기껏입힌 바지와 셔츠를 벗고, 원피스와 스타킹으로 갈아입겠다고 한다. 안 된다. 신발 신을 시간만 촉박하게 남았다. 하지만 아이는 떼를 쓴다. 시간 부족에 마음이 다급해져 아이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늦었잖아! 빨리 안 와?"


거칠게 아이 발에 털부츠를 신겨 엘레베이터에 탔다. 이미 늦었다. 유치원 버스는 도착했을거고, 아이들과 선생님은 우리만 기다리고 계실거다. 초조해졌다. 다시 한 번 아이를 다그친다.


"어휴, 늑장 피우다가 또 늦었잖아. 이러지말자. 제발!"


아이는 서운함에 눈을 질끈 감고,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해버린거다.


내가 실수했다. 야단 한 번 더 친다고 지각을 모면할 수 없다. 아침 시간에 부지런 떨어야 하는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해주었어야 했다. 아이 키우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바라볼건 엄마, 아빠 밖에 없는 연약한 어린 것에게 너무 호되게 대했다. 부모 역할은 자주 힘에 부친다. 나는 엄마로서 자주 부족함을 느낀다.


예전 같았으면 기분이 가라앉아, 혼자 땅굴을 파고 있었을거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지 스스로를 채근하고, 반성했을거다.


하지만 한경은 심리치료사의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를 읽고 조금 뻔뻔하지만, 더 건강한 마음을 다잡는다.


251쪽. 최선은 최상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이다.


"내가 보살도 아니고. 지금까지 사랑 많이 줬으니까 한 번 퉁 칠 수 있지뭐.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거야. 완벽한 부모가 되는게 최선은 아니야.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부모가 최선이지."


낯짝이 두껍다. 애 한테 소리 빽 질러놓고, 최선을 다 했다니? 하지만 적당한 뻔뻔함은 정신 건강에 좋다. 이미 지나간 일 어쩔 수 없다는 마음. 대신 다음에는 조금 더 잘 해 보자는 다짐.


'완벽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기대를 놓아버리는 연습을 시작한다. 더 나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다짐 자체는 건강하지만, '기대만큼 훌륭하지 않은 내 모습'에 우울할 필요는 없다. 나는 원래 그저그런 사람이다. 자기비하가 아니다. 누구나 그저그런 사람으로 살아간다. 표준분포 범위 안에 보통 사람으로 사는게 뭐가 나쁜가.


244쪽. '훌륭한 사람' 가면을 쓰고 헉헉거리고 사느니 '보통 사람'으로 편히 숨 쉬고 사는 게 자연스럽다. 나를 나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나를 존중하는 일이며 사랑하는 일이다.


프로 엄마의 가면을 쓰고 살면 힘에 부친다. 프로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헌신을 하다보면, 모성애(愛)와 자기애(愛)의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오직 엄마 자아로만 살다가, 내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아이를 위한 일에 집중하다보면, 나를 위한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는 자기 욕구를 잃어버리고, 타인의 요구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다. 주로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기 삶을 숨죽이고, 남이 좋아하는 내 모습대로 산다.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기 위한 수준의 인정 욕구를 넘어서서, 오직 타인의 예쁨을 받기 위해 움직인다면 삶이 불행해진다. 나를 먼저 챙기는게 우선이다. 내 속이 단단해지면, 타인의 인정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좋은 정도의 것이 된다.


146쪽. 인정과 사랑을 '원할 수는' 있지만 '필요로 하는' 것은 경계하자. ...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받은 인정과,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만족시켜주면서 받은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엄마로서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엄마' 이미지를 구축해서 누군가의 인정을 받을 필요 없다.


​부모로서 과한 헌신을 떠올리면, 온 몸을 갈아 자식만을 위해 사는 이미지만 떠올렸다. 하지만 내 마음을 돌보지 않고, 아이에게만 전념하는 것 또한 과한 헌신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치킨 일화가 있다. 한경은 작가의 어머니는 늘 치킨을 시키기 전에 '너 치킨 먹을래?' 물으신다 했다. 딸인 한경은 작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다.


"응"


진짜 먹기 싫어서 '아니'라고 했다가는, 엄마도 먹고 싶은 치킨을 참으실테니까. 작가는 엄마 눈치를 보느라, 진짜 자기 생각을 말 할 수 없었다. 되려 엄마의 의중을 한 번, 두 번 더 짚어야 하는 감정 노동을 해야 했다. 


작가는 말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을 주는, 부모를 돌보는 어른 역할을 하게 되어버리면, 그건 그 아이가 어른스러운게 아니라고 말이다. 벼랑 끝에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167쪽. 내가 자녀를 위해 지나치게 헌신하는 만큼 내 아이도 나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자식을 위해 바친 부모의 시간을 여러 방법으로 돌려드리는 건 분명히 효(孝)다. 하지만 자기를 챙기지 못 해 탈탈 털리기만 한 부모를 다시 자식이 돌보느라 자기 삶을 잃어버리는건 악순환일 뿐이다. 부모 마음과 아이 마음을 균형 있게 챙기는게 중요하다. 아이가 속이 텅 빈 부모를 채워주기 위해 독립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야무진 엄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식탁 위에 올라가는 여러 밑반찬 중,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 하나는 있어야 한다. 치킨이 먹고 싶으면, 그냥 치킨을 시키면 된다. 아이가 치킨을 안 먹는다고 해서, 내 치킨마저 미룰 필요는 없다.


​209쪽. 한정된 경험이나 특정한 능력이 내 전체나 실체는 아니다.


오늘 아침 아이에게 소리 빽 질렀다고 해서, 엄마로 살아온 50개월이 못난건 아니다. 나는 마음이 급해지만 버럭하기도 하는 면도 있다. 조곤조곤 따뜻하게 훈육하는걸 잘 못 한다. 하지만 평소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말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넓은 자연으로 찾아가며, 좋은 책들을 구해다 읽어주며, 양질의 식사와 깨끗한 집을 마련해준다. 이런건 나의 장점이다.


211쪽. 그저 그런 세상에서, 그저 그런 나 자신과 친하게 지내보자.


완벽하지 않은 보통 엄마다. 그저 그런 사람이다. 약간 뻔뻔한 자세로, 스스로가 그저 그런 사람인걸 인정하고 나면, '못난 엄마'라는 죄책감에서 한결 놓여난다. 그렇게 생긴 마음의 여유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난다. 뭐 어떤가.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기적을 바라는거 보다 훨씬 편안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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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읽다, 쓰다 - 세계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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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무게가 있다. 어떤 책은 무겁고, 어떤 책은 가볍다. 그 책의 무게를 재는 기준은 '아는 만큼'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책이 묵직하다거나, 그렇지 않다는건 독자의 전공과 몸 담고 있는 생활 전선에 따라 다르다.


나에게 육아 책은 가볍다. 육아 만 4년차. 말하자면 전공은 육아고, 4년 동안 전공실습에 혹독하게 임하고 있으니, 육아 책이야말로 편하게 넘길 수 있다.


육아 책에 더불어 간소하고 느린 삶, 친환경, 그리고 절약 재테크에 대한 책도 가볍다. 관심이 많아서 그간 많이 읽었다. 전기와 석유 없이 사는 부부 이야기나 푼돈 모아 저축 하는 생활 수기, 냉장고 파먹기를 했던 미국 사회 운동가 이야기, 4시간 노동하고 4시간 글을 썼던 니어링 부부 이야기까지. 하도 읽다 보니, 이젠 하루 한 시간 벼농사를 지었다는 곤도 고타로씨의 <최소한의 밥벌이>도 책장을 휙휙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살다, 읽다, 쓰다>는 색달랐다. 이 책은 고전 번역을 해 온 김연경 역자가 세계 고전을 한 데 모은 평론집이다. 야망, 문학, 속(俗), 성장, 청춘, 실존, 메타픽션 등에 대한 72개의 고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중에 야망, 속(俗), 성장과 청춘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니 고전이라 해도 어렵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38쪽. 엠마의 파국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굳이 말하자면 연애가 아니다. '소설처럼' 살기 위해 그녀는 몸치장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반면 살림살이와 금전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돈키호테의 경우와 비슷하게, 책과 몽상 속의 세계는 너무나 시적인데 실제 현실은 너무나 속되다. 이런 현실을 계속 외면하던 엠마는 요즘식으로 말해 카드 빚 때문에 파산하고 만다.


-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의사 부인으로 잘 먹고, 잘 살던 보바리. 그녀의 파멸 원인을 '소설'이라 간파해낸 점이 재밌었다. 아름다운 책 속 세계와 현실의 균형을 잡지 못 해, 빚과 빚의 굴레에 빠져들었다는 것. 이거 딱 나의 관심사였다. 나도 텔레비전 속 셀럽들의 삶이 보편인 줄 알고, SES 유진 딸이 쓴 헤어밴드를 연우에게도 씌우느라 생활비를 갉아먹었었다. 환상과 현실을 절충하지 못 한 결과가 계좌에 드러나버렸다.


보바리 부인은 소설 속 사랑과 현실 균형을 잡지 못 해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보바리 부인에게는 '소설 속 사랑'이, 나에게는 '미디어 속 소비'가 가정 경제 파괴 주범이었던 것이다. 환상과 현실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165쪽.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

...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기를 권할 때, 나는 여러분이 리얼리티에 직면하여 활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평론도 와닿았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자기만의 방과 돈.


20대까지는 또래 남자들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전선에 올라왔는데, 결혼과 육아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를 빈번히 목격했다. 그녀들은 학창시절부터 달려온 꿈의 결말을 못 보는 일이 예사였다. 억울할 법한데도 불만을 드러내지 못 한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과 돈을 얼마간이라도 마련해둔 분들은 달랐다. 함께 절약모임을 하고 계신 한 멤버께서도, 놀이터를 마련하셨다. 빵과 청을 굽고 절이면 행복하신 분이라, 임대료가 저렴한 작은 상가에 계약하셨다. 이 공간을 마련하실 수 있었던 건, 그간 일주일 4만원 식비로 생활비를 긴축하고, 모은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가사노동 외 공간'과 '비상금'은 여성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었다.


<살다, 읽다, 쓰다>의 고전 평론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고전 문학의 이야기 흐름 중, 우리에게 시사할만한 바를 꼭 집어 2~3장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읽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마담 보바리>나 <위대한 개츠비>, <세일즈 맨의 죽음>처럼 평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무리 고전이라도 파고 들어 읽었다.


문학, 소설, 실존, 메타픽션은 더 많이 알게 되면 보이게 될 영역들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엉겁결에 태어난 피조물들(인간/자녀)이 조물주(신/부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된 해석이었다. 처음 접 한 관점은 생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데미안>의 자아 찾기 서사는 평소 관심 분야라 편하게 읽힌 것과 대조적이다.


다양한 인간상과 교훈이 있다. <살다, 읽다, 쓰다> 속에 있는 깊고 풍부한 이야기 가닥을 다 따라잡지 못 해 아쉬울 정도였다. 나는 딱 내 깊이 정도로만 읽을 수 있었다. 다 이해하지 못 한 부분에 아쉬웠다.


그래서 이 책은 소장용이다. 아는만큼 보이니, 아는 게 늘어갈 때마다, 이 책을 다시 뒤적이고 싶다. 그 땐 좀 더 다른게 보이겠지. 내가 더 깊게 우러날수록 이 책의 가치가 높아질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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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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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 딸아이가 '더 잘 살게' 도운 것일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살게' 도운 것일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교수의 청문회였다. 쟁점은 주로 조국 교수 딸의 갖가지 특혜였다.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수여 주체. 영재교육원 봉사활동 진위. 인턴십 논문 제 1저자 자격. 고려대 수시 합격. 한 국회의원은 청문회 자리에서,


"위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왜 일까요?"


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 자리였는데, 마치 법무부 장관의 딸, 아내 청문회 같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봤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쏟아지고 또 쏟아지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두 번째로 검찰 수사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교육 기회 균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교육 기회 균등'이란, 아빠가 조국 교수든, 아니면 내 두 딸의 아빠처럼 초등교사든, 아이가 똑똑하고 실력 있다면 누구나 좋은 기회를 누릴 수 있음을 말한다. 어린 소년, 소녀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부모의 소득 아닌 자신의 실력을 갖춰야 하는 사회 말이다.


리처드 리브스가 쓴 <20 vs 80의 사회>에서 말하는 것과 같았다. 소득 상위 20%와 나머지 80%가 공정한 기회를 갖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금수저와 은수저는 세대를 반복하며 금은수저가 되지만, 동수저와 흙수저는 마찬가지로 세대에 걸쳐 부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배경은 '미국'이다. 바로 교육의 '기회 사재기' 때문이다.


 (리처드 리브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이 한화 1억을 넘는다고 하던데, 한국은 어떨까요? 재미로 찾아봤습니다. ^^ 한국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의 2018년 기준 평균 연소득은 세전 1억 3천 521만원이었습니다. 커트 라인이 아니라 '평균'이에요다. 커트라인은 좀 더 낮을 것입니다.)


즉, 조국 교수 가족이 '교육 기회 균등'을 어겼다고 이야기 하려면, 그들이 돈과 권력으로 교육을 기회 사재기 했어야 한다.


150쪽. 내 아이가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사는 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원이 유한한 사회에서는 한 아이의 상황이 향상되면 불가피하게 다른 아이의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 자신의 아이를 돕는 행동과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 사이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후자가 바로 기회 사재기다. 

... 기회 사재기는 가치 있고 희소한 기회들이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분배될 때, 즉 분배가 개인의 성과와 관련 없는 요인들에 영향을 받을 때 발생한다.


교육의 기회 사재기는 무엇일까? 중상류층이 좀 더 시간과 돈이 많아, 아이에게 헌신적일 수 있는 상황일까? 아니다. 기회 사재기는 '반경쟁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70쪽. 우리는(중상류층 아빠들) 집에 와서 칵테일을 마시는 게 아니라 아이들 숙제를 도와준다.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마티니가 아니라 만다린(중국어)이다.


리처드 리브스는 중상류층 부모들이 자녀에게 헌신적인게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회사에서 퇴근 후, 소파에 드러누워 TV 보는 아빠, 엄마 말고 아이들 영어 숙제 도와주는 부모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리처드 리브스는 모든 가정이 '퇴근 후 마티니가 아닌 만다린을 봐줄 수 있는' 양육환경을 개선을 주장한다.


​그러므로 조국 교수 사태의 경우, 부모가 자녀를 위해 헌신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력, 즉 불법적으로 아이를 고려대에 입학시켰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나오지 않은 지금은 조국 교수가 '기회 사재기'를 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조국 교수 딸이 똑똑한건 분명하다. 불법적인 경로로 유출된 조국 교수 딸아이의 성적표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영외고 시절 외국어 과목 5개 중 4개 만점, 토익 990점에 이어 토플과 SAT 점수까지 너무나 출중했다. 헛똑똑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국 교수 부부는 딸아이가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일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수 있다. 


노력해서 중상류층이 되었다고 해서, 덜 노력한 나머지 사람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져도 될까?


다만, 시끄러운 이번 사태에서 생각해 볼 점은, 두 가지다. 


​먼저 한국은 '교육 기회 균등'한 사회인가? 부모가 바쁘거나, 건강하지 못 하거나, 혹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도,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사회일까? 리처드 리브스의 표현에 따르면, '어른들에게는 능력 본위 원칙이 적용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회인가?


129쪽. 강건하게 능력 본위적 시장을 허용하되, 아니 촉진하되, 그와 동시에 시장이 인정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는 적극적으로 평준화하자는 사회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어른에게는 능력 본위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리처드 리브스가 말했던 것처럼, '능력 본위 사회'가 좋은 것일까? 리처드 리브스는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중상류층 20%의 세금을 나머지 80%의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심히 노력한 20%가 혜택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이다. 누구나 20%에 들어가기 위해 무지하게 애쓰는 이유는, 그렇지 않은 80%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112쪽. 아이가 상위 20퍼센트에 계속 있게 하고자 하는 부모의 절박함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21세기에 중간층과 하층 젊은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느낀 두려움 때문이다. 직업의 불안정성, 임시직과 계약직 위주의 일자리, 의료 보험 부재, 아웃소싱 같은 것들말이다.


리처드 리브스도 알고 있다. 80%의 삶이 그다지 순탄치 않다는 걸 말이다. 80%의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고, 의료 보험 혜택이 없고, 하청 업체다. 정말 열심히 노력한 20%만이 '정규직'과 '의료보험', 그리고 '안정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걸 누려야 하는걸까?


굉장히 미국적이었다. 한국과 정서가 달랐다. 


141쪽. 생애 첫 20년 사이에 생기는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는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 헌신적인 양육, 양질의 교육 환경 등 중상류층 아이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의 상당 부분을 더 많은 아이들이 누리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처드 리브스는 중상류층 아이들이 누리는걸 더 많은 아이들이 누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본질은 '의자 뺏기 게임'이다. 2~3개의 의자를 놓고 10명의 아이들이 경쟁한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누구나 공평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음악이 끝난 후 2~3개의 의자에 앉지 못 한 아이들은 탈락이다.


그리고 20%의 세금으로 80%에게 '방문 양육 서비스'나 '양질의 교사 제공'이 이뤄진다고 해서, 중상류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교육 환경은 같을까? 아니다. 한국에서 이미 수차례 경험하지 않았나. 과외를 없애거나, 학원 마치는 시간을 조정하고, 영아에게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제공해도, 중상류층은 또다시 '더' 많이 아이들에게 투자한다. 


한국에서 누구나 유치원은 저비용으로 다닐 수 있지만, 영어 유치원은 누구나 다닐 수 없다. 우리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 교대에 입학 후, 승진에 관심 많은 열혈 교사들이 벽지에서 근무한다. 양질의 교사는 고루 분포해있지만, 대도시의 부유한 아이들은 양질의 공교육 교사들과 공부한 후, 또 양질의 사교육 선생님을 만난다. 같이 줄넘기도 넘고, 창의 미술도 하며, 여러 악기를 배운다.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아이도, 잠을 충분히 자는 아이도, 어른이 되어 큰 불편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새벽까지 공부한 아이가 좀 더 나은 삶으로 보상 받아야 마땅하지만, 잠을 충분히 잔 아이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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