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 - 오늘날 세상을 만든 신화 속 상상력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성

575p의 두꺼운 책이지만 순식간에 집중해서 볼 만큼 흥미를 돋우는 책이다.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part마다 주제가 달라서 지식과 상식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렸을 적,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던 세대로써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성우분들의 목소리와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 재밌게 술술 읽었던 것 같다.

맨 처음 part에서는 창조부터 시작을 하기 때문에, 빅뱅이론과 카오스를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된 신화 이야기를 설명해 준다. 모든 part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과학에 대한 상식이 없어도 쉽게 읽히고, 딱히 과학적인 지식을 원하는 상태에서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읽는 데는 부담이 없었다.

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북유럽 신화, 4대 문명과 관련된 신화(대표적으로 길가메시 서사시), 이집트 신화, 인도 신화와 중국 신화를 포함한 다양한 아시아 신화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얘기도 다루고 있는데, 국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신화에 대한 얘기는 비슷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신화 얘기를 읽으면 더 흥미롭고 그 나라의 문명과 문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가는 내용이 많아서 더 좋았다.


궁금했던 신화 속 내용

그런데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신탁 과정이었다. 물론, 신화이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이야기겠지만 실제로 그리스 사람들은 무슨 걱정이나 고민이 생기면 델포이에 와서 신탁을 받았었다.

신화 속에서 존재하던 일이 실제로도 일어나게 됐고, 그 신탁 내용을 그들은 철석같이 믿어 시행을 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 신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말로 아폴론이 퓌티아를 통해 신탁 내용을 전달하는 것인가.

신탁 과정은 이렇다. 먼저 카스탈리아 우물에서 목욕을 한 뒤 아폴론의 첫사랑인 다프네가 나무로 바뀐 월계수의 잎으로 만든 관, 곧 월계관을 쓴다. 그리고 월계수로 장식된 삼각대에 앉는다. 이 삼각대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아폴론에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삼각대는 땅속 깊숙이에서부터 틈이 난 곳에 놓여 있는데, 지하의 동굴에서 발산된 이 '증기'를 마시면 무아경에 함몰되어 영감을 얻고 아폴론의 예언을 읊조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틈이 진짜 있는가와 그 증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질학자와 고고학자들이 델포이에 가서 조사를 했다. 조사를 해보니, 신탁 장소 아래의 단층을 통해 지하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등 여러 기체가 땅 위로 솟아 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

퓌티아는 '에틸렌'을 마셔서 무아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간들의 운명을 점치는 기적을 성취하기 위해 지상의 물질인 증기의 힘을 빌렸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종교를 과학에 접목시킨 셈이다. 이 수수께끼가 1996년에 지질학자, 고고학자, 화학자, 독극물 학자 등 네 명의 공동 연구에 의해 과학적으로 설명된 것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주제에 맞는 신화 속 이야기를 해주고 그에 따른 과학적인 내용들, 이를테면 델포이 신탁처럼 신화 속 이야기에 나오는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주는 내용이 나오거나 그와 관련된 과학적인 얘기를 한다.


변신은 말 그대로 외적인 형태가 바뀌는 것을 말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미래 사회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얘기를 한다. 가장 익숙한 '변신'은 성형수술을 떠올릴 테지만, 이 책은 성형수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정말로 과학적인 변신을 말하고 있다.

영화 《할로우 맨(2000년)》에 나오는 투명 인간과 영화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페이스오프(Face-Off)의 현실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탐구와 과정들을 얘기해 준다.

페이스오프, 즉 머리 이식은 진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부분이긴 하지만 실현을 했다. 개에게 얼굴의 반 이상이 뜯긴 여성에게 뇌사자의 얼굴을 이식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저 과학 소설에서만 머물렀던 머리 이식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블랙미러는 미래에 일어날 법한 과학적인 내용을 곁들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옴니버스식 드라마이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얘기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 조작과 신경공학을 통해 그게 실현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이 두근두근 댔었다.

물론, 철학적인 내용이나 도덕적인 관념에 대한 얘기도 이 책에서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래서 과연 과학의 실현이 윤리적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을 하게끔 써놓아서 불편하지 않게 읽었다.

겨우살이와 관련되어 나오는데, 겨우살이 밑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입맞춤을 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의식이라고 생각했다. 겨우살이를 걸어두고 입맞춤을 하는 풍습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키스가 언급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기원전 1500년경 인도에서 베다 범어로 작성된 것이다. 남녀가 코를 비비고 누르는 행위가 묘사되었는데, 입술로 하는 키스가 생기기 이전에 사랑을 나누던 관습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키스에 관한 기교를 상세히 소개한 저술은 뭐니 뭐니 해도 《카마수트라》일 것이다. '카마'는 남녀 간의 정사, 곧 키스나 포옹과 더불어 행해지는 성교에서 느껴지는 쾌락을 말한다고 한다.

인도의 키스 문화는 유럽으로 건너갔는데, 이것을 받아들인 최초의 유럽인은 고대 그리스인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작 입맞춤을 대중화한 민족은 로마인들로 여겨진다.

키스가 문화적 산물인지 본능적인 행위인지는 모른다.

아무튼 키스를 하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혈액순환이 두 배나 빨리지고 혈압과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흥분 상태는 부신을 자극하여 몸에 좋은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게 하며, 적혈구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키스를 하면 건강해진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도 다양한 과학적인 소재들과 신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상식과 지식이 더 넓어진 기분이 들었고, 과학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도덕적인 얘기도 담겨있어서 과학의 윤리적인 측면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