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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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덱스터 DEXTER'라는 드라마는 사이코패스인 주인공 덱스터가, 또다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을 제거하는 내용이다. 그는 어렸을 적 겪었던 사고의 트라우마로 사이코패스가 되었지만,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이끌어 준 아버지 덕분에 사회의 악을 제거하는 기특한(?) 사이코패스가 되었다. 


 덱스터는 혈흔 분석 전문 법의학자다. 일터에서의 그의 모습만 본다면 연쇄살인마라고 상상도 못할 것이다. 살인자와 일터의 그는 지구와 헬리혜성 만큼 떨어진 사람이다.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유능함과 유순한 성격을 갖춘 일반인으로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혹시 내 주변에도 평범함을 가장한 채 저런 기질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정유정 작가님의 신간, [완전한 행복]을 읽으며 덱스터가 떠올랐다. 그녀에게도 무릎 굽혀 같은 눈높이에서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떻게 자랐을까. 그녀의 삶에 씌워진 쿰쿰하고 어두운 폐가의 그늘을 벗겨줄 수 있는 누군가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완전한 행복, 112쪽)


 한창 예쁨받고, 사랑받아야 할 유치원생의 나이에 어머니가 신부전 말기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병간호, 두 아이 뒷바라지, 막 시작한 사업과 집안일 때문에 부담이 컸다. 할머니에게 떠밀리 듯 유나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돌볼 나이가 된 여덟 살이었던 언니 재인 대신 자신이 팔려갔다고 생각한 유나는, 주말에 아버지가 갈 때마다 땅바닥에 드러누워 다 죽어버리라고 울부짖었다. 남은 재인에게는 어머니의 미움이, 유나에게는 외가에서의 고통이 따랐다. 유나는 재인이 자신의 것을 모두 훔쳐갔다고 생각해 증오와 미움을 키웠다. 재인에게 그 맹렬한 증오는 상처와 공포로 남아 불시에 튀어나오는 기억이 되었다.







 그렇게 자란 유나의 주변은 설명할 수 없는 죽음들로 넘실거렸다. 동거하던 남자, 결혼을 약속했던 유학 동기, 아버지. 그들의 공통점은 졸음 운전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이었다. 그리고 전남편의 실종과 현남편과의 불화. 정말 유나가 모두 벌인 일일까? 재인은 자꾸만 뻗어나가는 사고에 발목을 걸어 넘어뜨려야 했다. 우연이야. 거기에서 뭘 읽으려 들지 마.


 DNA에 송곳처럼 새겨진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읽어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나는 그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에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씨앗도 싹을 틔워 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물과 햇빛, 그리고 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 조건을 갖춘 흙이 필요하다. 너무 과습하면 썩어버리고, 흙이 없는 곳이라면 기회 조차 메말라버린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사회로부터 주입받은 행복은 마치 누구나 노력하면 완전한 행복을 이룰 수 있을 것 처럼 느껴진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개인의 행복을 결정지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인간이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도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완전한 행복은 한 나르시시스스트의 행복 강박"과 타인의 행복과 맞닿는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조건에서 피워낸 새싹이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 지, 책을 읽으면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 은행나무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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