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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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그 빛을 바라볼 용기만 있다면,


우리가 그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49쪽)"


물레가 돌면 실이 실패에 감기듯, 말에서 시를 뽑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맨다 고먼과 같은 시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인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였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축시를 낭독하던 사람이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가 갔다.


그래서 은행나무서포터즈를 통해 어맨다 고먼이 취임식에서 낭독한 시의 원문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무척 설렜다. 






택배를 열자, 눈으로 상큼한 오렌지를 한 입 베어 먹은 것 같았다. 샛노란 은행나무 색의 표지가 곧 찾아올 봄의 색을 입고 있었다. 계절은 다양한 색을 가졌다. 벚꽃의 분홍이기도, 봄나들이 가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색이기도, 겨우내 흙과 나무가 숨겨둔 새싹이 마침내 피어오르는 색이기도 하다.


"청동처럼 뛰는 내 가슴의 숨결

하나하나로

우리 이 상처 입은 세계를 경이로운 세계로

일으킬 것이니.(43쪽)"


흑백의 명암 세계에서 시인들이 뽑아낸 찬란한 언어의 나열을 보고 있으면, 추운 공기 속 한 줌의 숨이 만들어내는 입김 같다. 절로 감탄이 났다.


 




미국 최초의 계관 시인이라는 소개가 무색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명예의 상징으로 씌워주던 월계관에서 시작된 단어인 '계관 시인'은, 본래 영국 왕실에서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던 칭호였다. 그 관습이 미국으로도 넘어와 어맨다 고먼 같은 시 부문에서 뛰어난 사람에게 칭호를 주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이 우리를 휩쓸면서, 그 말이 우리 상처를 치유했고 우리 영혼을 부활시켰어요. 한 나라가 멍들었으나 온전한 그 나라가 꿇고 있던 무릎 펴고 일어섰죠. 그리고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어요.(서문)"


오프라 윈프리가 쓴 서문에서는 사람의 깊은 고통을 치유시키는 "그것이 시의 힘"에 대해 말한다.


흔히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이 "시의 힘"일 뿐 아니라 "언어의 힘"이라고도 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처를 안고 산다. 그것이 얼마나 깊고 넓든.


"지켜보던 모든 이가 희망으로 가득 차서 떠(서문)"날 수 있도록 언어의 마법을 부려준 어맨다 고먼의 말이 상처받은 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 은행나무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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