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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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이'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헬스장을 끊어 놓고 도통 가지를 않아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1분을 시작으로 30분 연속 달리기까지 총 8주 코스로 되어 있었다. 한 회를 진행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데, 비어있던 칸에 하나씩 채워지는 것이 보기 좋았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는 가지 못했지만. 


처음 시작 할 때는 30초 달리기도 힘들었다. 심장이 펌프질 하며 뿜어내는 혈액이 근육으로 스며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숨이 차올라 들이 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더 커지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 졌다. 


무거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당연한 듯 찾아오는 휴식 때문이었다. 이 어플은 연속해서 오랜 시간을 뛰기 보다 30초 뛰고 1분 휴식, 이런 형태로 짜여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릴 수 있었다. 휴식이 달고 달아 계속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당근은 채찍과 공존해야 더 달콤한 법. 달려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인생은 이처럼 달리기와 멈춤을 반복한다. 멋지고 설레는 하루가 있으면 초라하고 어려운 하루가 있다. 그렇게 매일을 쌓아가던 중, 강제로 멈춰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읽다가 잠시 덮었다. 방대한 내용이나 복잡한 설정 탓에 잠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일렁이는 감정이 손을 붙들었다.


"통증은 나의 신념을 약하게 만들고, 나를 불안하게 흔들어 놓는다.(47쪽)"


인생에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맘 편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온갖 아픔과 부조리함과 불공평을 다 겪는 사람도 있으니까. 양 극단의 평균은 중간이 되니까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에게 물어봐 주세요.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거기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세요. 저는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107쪽)"


열심히 산다는 건,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건지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다. 잘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다가가도 있다. 다난 했던 20대를 돌아보면 지금이 더 행복하다. 이렇게 매일의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오히려 성인이 된 후 했던 공부들이 재미 있기도 했는데, "거의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게 정말 좋았다.(126쪽)" 는 것에서 저자의 생에 대한 노력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요리하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 열정이 얼마나 컸을까. 아프고 난 이후 "요리라는 일련의 작업이 너무도 귀하게 느껴진다.(135쪽)"에서 생각이 바뀐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나는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그 중 식사 부분이 가장 컸다. 세끼를 차려 먹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지만, 먹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정성이 더 크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자 감히 위로할 수 없는 고통을 재단하기보다 그녀가 소망한 일을 이루기를 바라게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만큼 바라는 결말을 맺을 수 있기를.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밤. 가만히 누워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게는 손톱 만한 행복도 행복이었다. 


※ 책구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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