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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이미 우리 안에 도래해 있다.

우리에게 닥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으로 분산된 피어 어셈블리(참여자가 동일한 자격을 갖는 동배 의회)가 필요하다.
- 제러미 리프킨.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인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에요. 자연의 일부입니다. 바이러스의 도전과 마주한 지금 자연은 우리에게 각성하라고 호통칩니다. 가르침을 주려 하죠. 우리는 이 수업을 잘 듣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윈톄쥔. 농업 경제학자

경제 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 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그 약점이 노출된 거예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혁신은 나올 수 없다. 이 위기 속에서는 특히, 그동안 저임금으로 일하던 사람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는 대로 이들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공적 영역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시설이나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설들은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다음으로는 국가적인 안전망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 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겁니다. 우리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게 그 탓을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기거든요.
-마사 누스바움.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를 부추겼다. 나는 이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것을 건드린 게 아닌가 한다. 우리의 움츠러든 마음이 우리의 신체를 지키려는 표현을 혐오와 두려움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름 붙여진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이상 우리는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안전망을 더 강화해서 의료 시설을 확충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올바르게 교육받을 평등한 기회를 만들자.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연민과 공감, 연대의 마음은 절로 생기지 않을까?

병원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관이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짚고 가고 싶습니다. 결국 공중 보건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취약성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과 결단이 중요합니다.
-케이트 피킷.요크대학교 역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원격의료 관련 의견이 흥미로웠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원격진료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기 힘든 빈곤층, 그 나라 말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들, 나이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게다가 미국에서 시행하는 민간 의료 시설의 경우, 국민의 건강 상태에 끼치는 영향을 부정적이다. 공공의 건강을 민간에 맡겼을 때 일어나는 불평등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공평하다. 의료체계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궁극에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거버넌스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것을 지속해야 합니다.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지금 모든 과정이 내일의 위기를 대비하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우리를 멸망시킬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건지도 모른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더욱 촘촘한 안전망 속에서 위기를 돌볼 수 있도록 세심해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에요. 바이러스를 죽일 수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 하는 결과만을 만들 겁니다.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이 두려움의 문화야 말로 지금 가장 거대한 바이러스 입니다.
-반다나 시바. 과학자. 농부. 풀뿌리 운동 지도자.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대지를 보호하고, 대지로 되돌려주고. 먹거리 안에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순환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이 바른 지역 경제이며, 우리는 소비자로서의 역할만을 가지면 안된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지구 가족들 품에서, 자신 안에서 활동하는 창조적인 인물로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에고(ego)에서 에코(eco)로.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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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서구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가 내 생각을 온통 뒤덮어 버린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 생각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세계화와 기후변화, 생태 문명, 새로운 거버넌스와 같은 지구적 차원의 통찰은 생각해 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모두 함께 나아갈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항상 세부 사항을 놓쳐서는 안된다.
세부 사항이라는 그물에는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우리 이웃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