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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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문학, 책과 작가와 소설들이 엉키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그림은 복잡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아는 졸라맨 같은 아기자기하고 간단한 그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사회 이야기 같으면서 내가 사는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풍자한 내용들이 시선을 끌었다.






혁명의 간편함? 편리함?

우리나라의 국민청원 사이트를 보고 그린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시대가 바꼈다는 의미겠지만. 그리고 의견을 내는 방법이 꼭 뭔가를 부수고 파괴적인 방법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투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우리가 이루어낸 촛불혁명처럼,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국민들의 지식과 의지가 필요하다.






보자마자 사무실이 떠올랐다. 최근, 이런저런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이 많이 쌓였는데, 그나마 다른 점은 나는 대부분 읽은 책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서재는 그림과 비슷한 구성이어서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내뱉았다. 


읽음<읽지 않은 책들


서재는 누구나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절대 안 읽을 예정인데 왜 채워놨냐고? 서점에 간다면 한두페이지 넘기면서 이 책 괜찮아 보이는데? 하는 책들은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하지만 손이 가지 않아서, 입은 지 오래된 옷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서재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류법이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ㄱ,ㄴ,ㄷ 또는 1,2,3 으로 순서를 매겨서 정리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섹션 별로, 책장 별로 재미있는 분류를 한다면 더 호기심이 생겨서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혼 전력이 있는 연예인들이 쓴 단편소설 코너가 무척 궁금하다. 헐리우드나 세계로 확대한다면 훨씬 많을 테니 그들의 단편 소설 투고를 기다려 봐야겠다.






이런 적 정말 있지 않은가. 글이 잘 안풀릴 때면, 머릿속에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거나 간단히 뭔가 먹거나 마심으로써 내 영감이 충전된다면! 크. 


나는 주로 그럴때 그냥 인풋을 때려넣는다. 뭔가 넣다보면 하나 걸리겠지, 싶은 생각도 있고, 요즘은 읽을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도 있고. 


혹독한 평론이나, 실망스런 판매 부수의 색깔이 궁금하다. 왠지 둘 다, 붉은 톤이 들어간 색깔 일 것 같다.







받아쓰기 로봇이 생긴다면, 근데 막상 잘 안 쓸 것 같다.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니까. 


소리내어서 내 글을 읽는다는 건 아직도 잘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쓰고나면 말이 되는지 입으로 읽어보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왜 내가 쓴 글인데, 내 자식같은 글들이 모자라 보이는지. 세상에 내어놓기는 아직도 먼 것 같은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놀랍기도 하다.


로봇 조수나 하나 곁에 두고 쓰고 싶다. 패드나 노트북을 올려놓고 그때그때 꺼내준다면 고마울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내가 소설 쓰기를 마음 먹고 서점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쓰기'에 관련된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에 갔는데, 도통 책을 고를 수가 없었다. 딱 이 그림 같아서. 하하.


소설을 쓰는 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처음부터 쓰는 사람도 있고, 내가 원하는 장면을 쓰기 위해 전체 틀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말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을 것 이다. 작가들의 수 만큼이나 그 방법은 셀 수 없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소설쓰기를 시작하기 위한 책들의 제목 만큼은 이런 것이다. '가이드북' , '고려해야 할 것들', '모든 것', '개정 증보판 두번째 에디션' 


익숙한 제목들이지 않은가?







대체, 소설은 누가 쓰는 걸까?


난 가끔 내 무의식이 내가 모를 때 대작 소설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무도 모름이 9.5%나 되는 걸까?


빙의된 타자기나, 도우미 요정이 내가 완성하지 못한 장면들을 다 완성해 주지는 않을까? 컴퓨터가 3.5%라는 건 너무 작은 것 같다! 대부분의 쓰기를 노트북으로 하는 나로써는 90% 정도 쯤 되는 것 같다. 위조범, 사기꾼, 협잡꾼은 어쩐지 내 안에 있는 것들 같기도 하고. 천재 동물도 한번씩(아주 가끔, 매우 드물다) 튀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


책을 읽으면서 빨려들어 갈만한 이야기를 쓰는것은 어렵다. 소설이라는 장르에 한 번이라도 도전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책과 작가와 소설과 등장인물들을 아우르는 유쾌한 장르를 만든다는 것은 저자인 '톰 골드'한 사람 뿐일 것 같다. 


익숙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세계. 어딘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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