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제임스 리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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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이야기 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꿈꿔. 하루 빨리 자유라는 걸 되찾고 싶어. 혼자서 목욕탕 가고, 마트 가고, 카페 창가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






인간은 항상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최소한의 자유도 박탈된 사람들. 길거리에 앉아 보여지고, 아무에게나 잡히고, 신체적인 학대에도 제대로 된 저항한 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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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게 정말 죄일까? 공부하고 싶고, 누군가를 믿는 마음을 갖는 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만큼의 죄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희는 꽃이다. 밤이 되면 흐드러지게 꽃단장을 하고, 반쯤 벗은 옷차림으로 유리창 너머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하는 꽃. 배우고 싶어 중학교 부터 미용 기술을 배웠고, 잠시 떠나있던 고향에 돌아와서는 사랑도 했다. 하지만 철없던 사랑의 댓가는 그녀에게만 짐이 됐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고, 아무도 몰래 산에서 출산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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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성착취를 합법화 한 독일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근무조건을 악화시켰다. 사회적 인식 때문에 고용자의 등록 건수는 낮았고, 가격 경쟁으로 수입도 즐었다. 


150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착취가 합법화된 국가들에서 인신매매 범죄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텔레그렘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이 줄줄이 잡히고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미국 송환을 거부한 법원의 사례를 봐서는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일이 성착취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스웨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수요를 줄임으로서, 성매매 종사자 수가 실제로 줄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자신이 원해서 성을 파는걸까? 그냥 돈을 버는 하나의 수단쯤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달아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귀소본능이나 스톡홀롬 증후군 같은 말들로 설명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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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망쳤다. 어린 나이에 흘러들어와 어중간한 나이가 되었지만, 경력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직업소개소에 가도 유흥업소를 소개시켜주려 했고, 식당에 취직하면 식당 주인의 성추행을 견뎌야 했다. 그녀는 결국 여권까지 만들어주는 업체를 통해 비행기를 타고 호주까지 가서 성매매를 해야했다.


무리한 출산과 성관계는 병을 키웠고, 결국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치욕까지 견뎌내면서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만신창이가 된 채 탈출했던 업소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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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태어나고 자란 사회의 분위기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미디어의 영향이 더욱 강해진 만큼, 우리는 매일 뉴스기사를 접하고, 동료들과 이야기 하고, 친구들을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얻고 버리며 생활한다. 


그래서 성착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무서운 것이다. 


성착취업소에 다니던 남자직원이 여자 상사를 보고 

'아. X발. O만원 짜리가.'

하고 무심코 생각했다는 것에서,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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