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0일간의 이야기
유새빛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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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들은 다행이 아니다.






사실, 읽기 전부터 힘들것을 예상했다. 대학생활 중 참가했던 인턴 때부터 지금의 직장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회사에서도 힘든적이 너무 많아서 절대로, 내 인생에서 자식을 낳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굳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하철만 타도 아무 이유 없이 쌍욕을 먹고, 버스에서는 숨쉬는 인간 손잡이가 되며, 회사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 길거리만 지나가도 고개를 돌려 가슴을 쳐다보는 눈을 터뜨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일상이다.


내가 여자여서가 아니고, 그 사람들이 나쁜게 아니다. 이런 생각도 수십 번 했었다. 말로는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그 사람들을 탓했었지만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것이 싫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말이 정말 싫지만, 나는 가끔 내가 세상 풍파에 닳아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용기를 낸 사람들 덕분에 사람은 바뀐다. 성희롱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긴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다. 그들 또한 그 언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누구보다 힘들게 맞섰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이 되었든, 조직의 문화가 되었든, 보이지 않는 알력에 대한 것이든, 아직 명명되지도 않은 2차 가해이든지 간에.


새빛씨의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겪었을 때, 조언을 해주는 회사 선배가 있었고, 상사에게 보고를 할 수 있던.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말할 곳이 없었다. 들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해결을 해 줄 수 있는 고충처리반 같은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나 혼자 삭히고, 나 혼자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억 속에 묻힌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 경험이 오버랩 된다는 것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내 감정의 찌꺼기들이 마치, 검고 찐득한 타르가 되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늘러붙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용노동부 메뉴얼에는 징장 내 성희롱 예방, 대응 방법이 나와있다. 하지만, 내 주위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이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그대에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떤 <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보면서 그 책 생각이 많이 났다. 


유 사원이 겪었던 일은, 사실은 겪으면 안 되는 일이다. "사회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너무 많은 것을 포장해주고 있다. "이런걸로 미투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농담삼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언제쯤이면 이 사실이 받아들여질까.


새빛이는 나다. 내 친구이고, 나 대신 용기를 내어준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이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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