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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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로 위에서 앞차의 후면 스티커를 보면, 어쩐지 상상력이 발휘되고는 한다.






'아이가 타고있어요'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을 카트라이더로 배웠어요'


다양한 스티커들이 마치 이야기를 거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에 수 많은 아이러니들을 일일이 세어볼 수는 없다. 어떤 아이러니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게이브는 두번다시 겪고 싶지 않을 아이러니를 겪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특별한 사건은 그럴만한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겪고, 그 것들은 일상을 찢어놓고 헤집는다. 


*


게이브가 조금만 빨리 갔더라면, 그날 따라 도로가 밀리지 않았더라면, 그 차를 뒤쫒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IF들은 이미 지나버린 사건을 바꿀 수 없었다. 그날 이후 3년 동안 게이브는 차에서 지내며 미친 사람처럼 취급되었으니까. 그에게 어떤 실마리가 잡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게이브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그의 우주인 딸 이지를 잃기 전까지는. 살해당한 아내와 딸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 땅에 묻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그의 딸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장인 어른인 해리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그에게 부검한 시신을 찍은 사진을 건네받고 비통한 슬픔으로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 했지만, 게이브는 그 사진에서 딸이 살아있다는 실마리를 알게 된다.




*


디아더피플, 이라는 제목은 타인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의 복수를 대신 실현 시켜주는 단체의 이름으로 쓰였다. 실제의 뜻과 책 속의 단체가 어쩐지 매칭되는 느낌이어서 작가의 작명센스가 돋보이는 이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이나 이런 장르소설을 읽을 때마다, 연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의 실에 구슬처럼 꿰어지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지점 같다. 모래알 처럼 산산히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억지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흐름이 자연스럽고, 흡입력 있는 문장들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이렇게 복수를 해주는 단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동남아시아나 하와이에는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살인 청부를 받아주기도 한다는 떠돌이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의 복수를 위한 타인의 희생은 정당할까? 복수는 복수를 낳고, 증오는 부피를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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