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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8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 책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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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피노자는 당대의 자연과학과 양립 가능한 신관을 주장하기 위해 신이 자연 법칙을 어기고 세계에 개입한다는 ‘기적‘의 관념을 거부하며, 신의 명령에 대한 복종이 덕이고 불복종이 죄이며, 이런 덕과 죄에 대해 사후에 심판을 받기 위해 영혼이 불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자연적 상벌 관념 역시 비판한다. p.8

이처럼 정신적 인과 계열과 물체적 인과 계열이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은 채 동시에 독립적인 인과 계열을 형성한다는 생각을 병행론parallelism이라고 부르는데, 스피노자는 이를 통해 데카르트가 직면한 정신과 신체의 관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p.67

(데카르트에 반하여) 스피노자는 절대적 선택 능력으로서의 의지가 있다는 주장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의지가 정념에 대해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p.70

주목할 것은 외부 원인의 영향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인간에게 자유는 외적 강제(정념)로부터의 자유라는 맥락에서 제기되며, 이런 자유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지성의 이해 능력을 통해 산출되는 능동적 정서라는 점이다. 스피노자의 이런 주장은 자연의 일부인 각각의 인간이 외부 대상과 맺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능동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성격을 띤다. 결론적으로 자유의지를 통해 인간을 자연과 분리시킴으로써 인간을 특귄화하려고 했던 데카르트와 달리 스피노자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외적 강제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과 자유의 통일을 꾀했다고 볼 수 있다. p.75-76

이(‘배 안에 있는 선장‘) 모델에 따르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 그중에서도 자유 의지이며 이런 자유 의지 때문에 인간은 여타의 존재들과 다른 특권을 갖는다. 스피노자는 이런 주장이 ‘국가 속의 국가‘를 꿈꾸는 것처럼 허황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즉 인간은 여타의 자연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이라는 국가의 성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92

정서는 인간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93
외부 원인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지성을 통해 정념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다시 한번 표명하고 있다.p.104

만물은 자기 보존의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등하다. p.94

정념은 의지가 아니라 정신의 인식에 의해 치유될 수 있다. p.105

정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데카르트의 전략은 확실한 판단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규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정념을 이런 판단들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우선 정신과 물체가 서로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없다는 스피노자의 주장에 근거한다면 의지는 정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신체의 운동은 물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용기를 갖고 싸우게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의지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를 보존하는 데 유익하다는 확신에서 오는 욕망, 즉 용기이다... 이런 점에서 정서는 의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반되는 더 강한 정서에 의해서만 제어될 수 있다.
정념을 제어할 수 있는 이런 강한 정서는 무엇으로부터 생길 수 있는가? 스피노자는 이에 대해 ‘정신의 인식‘을 통해서라고 답한다... 이처럼 정신의 인식이란 정념의 원인이 되는 상황 내지 현상을 인식하는것이다. p.108-111


스피노자는 물론이고 데카르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이 준 즐거움에 비하면 너무도 사소한 부분이지만 적어본다면, 스피노자의 철학과 한국 사회의 문제를 연결시키려는 문단들이 글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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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푸가 - 파울 첼란 시선
파울 첼란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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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태양들˝, ˝빛의 강박˝ 등에 이르면 거의 소통 불가능한 암호로 응축된다. 언어는 침묵의 경계까지 가 있다.
존재의 `경사각`에서 쓰인 글들. 그러나 실어에 다다르고 착란과 자살어 이른 치열함이 첼란의 시어에, 거기에 담긴 존재에 전례 없는 깊이와 높이를 부여하고 있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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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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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 따라서 ˝바일라˝같은 패션 잡지는 `뭘 입으면 되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나`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신체적 수준이나 생활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것, 자신을 높이자는 것은 사실 근본적으로 철학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아이자와 : 사실 철학은 친근한 학문이군요! 그럼 패션지는 어떤 의미에서 현대의 철학서?

사사키 : 안타깝게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패션지는 `더 잘 살기` 위한 제안을 할 뿐 아니라 ˝이걸 사야 해˝하고, 물건을 권하는 카탈로그이기도 하잖아요. 즐기는 정도라면 괜찮지만 ˝이게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라는 새로운 고통, 초조함, 강박 관념을 낳을 수도 있어요. 이 점은 조심해야 합니다.

사사키 : 이 세상에 안정이란 없습니다. 좀 더 말하자면 ˝노력하면 안정된 생활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라든지 ˝최선을 다하면 성공합니다˝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근대 철학자 칸트도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행복해지려고 해선 안 된다. 사람은 행복할 값어치가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설사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자기 삶이 힘들어지더라도 이루어야 할 정의가 있습니다...
원전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정의를 굽히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안한 세상이라 하도 맨 마지막 순간에 `이것만큼은 절대 굽힐 수 없어, 굽히지 않겠어`라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사람은 빛나죠. `이것만큼은 결코 양보 못해`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어디서든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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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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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라캉, 르장드르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 삶이 사회화되는 과정에 대한 지적 호기심, 성찰의 욕구가 있다면 읽을 수 있다.` 9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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