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전문화라는 야만을 다스릴 치료제로 이해함으로써 아스펜 인문연구소의 설립을 격려한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에게
라틴어로 ‘scientia‘(스키엔티아)로 번역하는 ‘에피스테메‘는 특정한 하나의 전문 분야에서 통달하거나 정통하는 모든 형식의 전문적 지식을 뜻한다.
라틴어로 ‘후마니타스‘로 옮기는 ‘파이데이아‘는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종합적 학식을 뜻한다.
내가 지식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을 가리키기 위해 이들 그리스어 단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학식을 과학과 인문학으로 나누는, 오늘날 만연한 그릇된 구분법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인문학‘이나 ‘인문학적 학식‘은 지식의 특정한 갈래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과 상반되는, 지식의 모든 부문에 대한 종합적 접근법을 의미해야 한다...
종합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든 주제는 인문학에 속한다. 반면에 전문적 방식으로 탐구하는 주제는 인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인문학‘은 일군의 특정한 주제를 나타내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p.173-175
역사와 더불어 시와 철학은 인간 정신과 관련이 있는 모든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학식의 초월적 형식이다.
전문 분과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그 분과를 종합적 교육에 적합한 재료로 바꿀 수 있다. 어떤 전문 분야든 그 분야에 관한 역사와 철학을 고려함으로써 종합적 교양인에게 중요한 분야로 바꿀 수 있다. p.200
이 형식들은 모두 철학적 관점에서, 달리 말해 무엇보다도 자연계와 인간 본성,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혼자 공부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간단한 답변이란 이것이다. 읽고 토론하라! 토론하지 않고 읽기만 해서는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훌륭하고 위대한 책들이 제공하는 알맹이 없이 토론만 해서는 잡담으로 빠지거나 기껏해야 각자의 의견과 선입견을 교환하는 데 그치고 만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주는 학문과 역사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지식을 그냥 지식으로 두지 않고 이해한 지식으로 바꾸려면, 시와 철학의 안내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한다면 궁극적으로 실천적, 이론적 지혜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림에서는 분명 철학과 시가 가장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