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상호 기자 X파일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언론탄압이 횡행하는 시대라 그런지 우연찮게 기자가 쓴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게 됐다.

시사인의 고발전문기자이며 인기 시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멤버인 주진우 기자의 『주기자 (부제: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과 MBC 시사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이상호 기자의 『이상호기자 X파일 (부제: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이다.

주진우 기자의 책 『주기자』는 제목과 부제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경쾌하다. BBK, 친일파, 대형교회등에서 자신이 취재한 온갖 부정부패들을 당시의 기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통쾌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소수의 거대 권력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 권력들이 또한 긴밀하게 얽혀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깨닫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문제아였다고 밝히며 자신이 정의의 사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 자신은 당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참지 못하며 그 더러운 성격 때문에 짱돌을 드는 것 뿐이라고.

골리앗에 맞서 짱돌을 치켜든 다윗이 또 한명 있다. 그것도 골리앗 중의 골리앗, 삼성에 맞서서다. 『이상호의 X파일』은 삼성이 정치권, 법조계등에 엄청난 비자금을 뿌리며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던 도청테이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기자』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삼성 X파일 사건 자체보다는 이를 취재하고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담겨 있다. 여기서 기자는 거대권력뿐만 아니라 그보다 어찌보면 더 무서운, 짱돌을 들고 맞서기도 난감한 조직 내의 권력에 부딪힌다. 기자의 정당한 보도를 가로막는 이 암울한 사건이 MB정부가 아닌 참여정부에서, 더구나 최문순 사장 재임 중의 MBC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읽는 이를 더 참담하게 만든다. 거대권력과 맞장뜨는 기자는 애써 호기로와질 수 있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대치하며 기자의 사명과 인간적 도리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기자는 한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육체도 정신도 피폐하게 만드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기자의 초심과 직업적 본능”만으로 버티는 이상호 기자의 사투는 눈물겹다.

내부고발자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해야 하는 언론에서 자기 안의 내부고발자를 비난하고 배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한국이라는 땅에서 제대로 된 기자로 살려는 이는 왜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 것일까.

기자가 사건을 쫓는 한편의 활극같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치 이들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러 나서는 탐정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현실의 이들은 카산드라에 가깝다. 사람들은 이들의 말이 진실임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결국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이 의지할 곳은 여론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남은 성한 부분을 찾아내 성원해주는 것이 독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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