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떤 영화든 소설이든 특정 캐릭터에 꽂혀 감정이입을 해야 그 컨텐츠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내게 소설 속의 매혹적인 여주인공들을 몽땅 모아놓은 책이라니 망설임없이 집어들 수 밖에.
여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고전작품을 분석한 이 책에 등장하는 여주들은 모두 위험하고 반항적이며 그런 지 성격을 못이겨 불륜 심지어 살인 등의 범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여성들이다. 왜 이들은 욕망이라는 폭주하는 전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자신과 주변인들까지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저자는 하필 이런 나쁜 여자들에 이끌린 것일까?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이들을 이끈 욕망이 개인적인, 그저 특정인에 국한된 욕망이 아닌 시대적, 사회적 소산이라는 것이다.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다시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으로 변화하면서 그 때마다 시대를 지배하는 주된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은 구세대와 대립하며 결국 기존 체계를 전복시킨다. 단순한 불륜녀나 허영에 찌든 속물처럼 보이는 여주인공들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이 책에서 잘 짚어준 덕에 여주인공들의 비정상적이고 때로는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때로는 깊은 공감까지 느껴졌다. 한 특정 개인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것이 결국은 시대를 보여준다는 점이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여주인공들은 시대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고 선도적이었다. 흔히 작가들이 예언자의 혜안을 가진 탓에 카산드라처럼 불행해지듯이 이들 역시 너무 빨리 온 탓에 다음 세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자기들이 전복시킨 구세대와 함께 파멸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시대를 앞서가는 모던걸들은 총알받이의 운명인 건가...
이 책 덕분에 책장에서 고이 먼지만 쌓여가던 고전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졌고 나를 매혹시켰던 그 주인공들이 다시 떠올려졌다.
하나 더, 본편에 나온 여주인공들도 한 매력 하지만 저자분이 책 말미에 짧게 언급해 준 다른 여주인공들도 정말 매력있다! (그래서 저자님, 안나 까레리나는 왜 본선 명단에서 탈락한 건가요? 불륜녀라는 비슷한 포지션의 엠마 보바리에게 밀린 건가요? 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