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2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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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 음악평론가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1권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2권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1권에서 동양과 서양, 근대와 현대, 클래식과 로큰롤을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음악사의 높은 산맥의 숨은 이면을 짚어주었던 터라 또 무슨 할 이야기가 남은 걸까 궁금했다. 2권에서는 좀더 세부적인 이야기들, 러시아와 조선 근대기의 혁명적 음악가들, 80년대의 문화 대폭발, 인간 이성에 대한 행복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헤매던 20세기 신빈악파와 비밥의 역사가 등장한다.
어떤 장르이든 그 대상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지만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애정이 넘치지만 타 장르에 배타적이지 않으며, 뚜렷하고 일관된 소신이 있으면서도 편협하지 않은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단히 즐겁고 유익한 일이다. 더구나 그가 위트있는 이야기꾼이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다.
생소하고 지금 들으면 이게 왜 대단한지 귀로는 이해가 안가는 조선음악가 동맹의 음악이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김순남의 드라마틱한 생애는 내가 영화 제작자라면 당장 영화화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한국도 미국도 가히 대중음악의 양적 질적 성장이 폭발했던 8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당장 그 익숙한 음악들을 다시 끄집어내 새삼스레 들어보게 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 때는 진정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를 견인하고 경쟁해가며 최고의 음악들을 쏟아냈던 황금기였다. 새는 양쪽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여기에 쓰여야 한다.
모든 장이 흥미롭지만 3장 클래식어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에 대한 저자의 일침은 매서운 죽비와도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쪼그라든 것은 예전에 유행하던 컴필레이션 음반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수의 베스트 음반의 횡행은 양반이고 아무 의미도 없이 당대의 히트송들을 쓸어모아 '비 올 때 좋은 음악' 따위의 낯간지러운 타이틀을 붙여 역시 아무 맥락도 없이 인기 연예인의 얼굴을 표지에 떡하니 붙인 음반이 쏟아져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음악들을 고소영이 선곡하기라도 했나?) 조성모가 음반 백만장을 팔아치우던 좋은 시절이었는데 그런 식의 저질 음반이 돈 벌겠다고 나대는 꼴을 보고 가요계도 텄다 싶었다.
저자가 지적한 클래식계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카라얀에 실망했고 번스타인을 다시 봤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대신 왕년의 대가들을 몇십개 버젼으로 재생산하면서 결국 클래식은 스스로를 과거의 유물로 박제해 버렸다.
결국 저자가 700p 가까이 음악사의 천일야화를 통해 들려준 "전복과 반전"은 음악어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의 본질이다. 전복과 반전을 시도하지 않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다. 클래식이든 로큰롤이든 재즈든.
저자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지 않을 뿐더러 그러한 구분을 못마땅해 하는 듯 하다. 예술에는 쟝르도 계급도 없다. 기존의 자신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느냐 과거의 영화만을 반추하며 서서히 고사하느냐의 차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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