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 소리 - 정원사 엄마와 입양아 그레이스 이야기
김마리아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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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며 때로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처음엔 저자의 이력에 눈이 갔다. 한국에서 아동학을, 중국에서 의학을, 다시 제주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다. 중국선교사로 헌신하다가 다시 한국에서 정원사로 일한다. 이미 장성한 자녀가 있음에도 심장이 아픈 여자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온통 그레이스 이야기와 정원의 꽃들 이야기, 그리고 예수님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다.
꽃을 키우며 거기서 그레이스를 보고, 또 거기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저자의 마음이 너무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목차부터 마음에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을 장(chapter)으로 삼아, 각각 한장씩 계절에 맞는 사진과 함께 목차가 실려 있다. 이 아름다운 낭비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고 목차를 꼼꼼히 읽었다.
첫번째 장 <봄 정원: 봄꽃으로 태어난 그레이스>은 그야말로 봄꽃 향기로 가득하다. 정원에 피는 아름다운 꽃들, 그리고 저자의 가정에 하나님의 선물같이 주어진, 갓 피어난 봄꽃같은 그레이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특히 그레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떨림의 순간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뱃속의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와 그 아이를 안아들 때의 감격은 부모라면 쉬이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저자가 배아파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그에 못지 않는 어미의 마음을 부어주신 것 같다. 그레이스가 단순히 입양된 게 아니라, 엄마가 자궁을 통해 자녀를 낳듯, '영적 자궁'을 통해 그레이스를 낳은 것 같았다.
두번째 장 <여름 정원: 아픔의 상처 가지치기>는 그레이스의 아픔과 수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장에서 정말 많이 눈시울을 적셨다.
그 여린 것이 홀로 수술실과 회복실에서 보낸 시간들을 읽다보니, 둘째 아이가 1.07kg 미숙아로 태어나 부모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고 몇달을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인큐베이터 속에서 지내야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물론 그레이스의 아픔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들을 생각하니 더욱 감정이 이입되어 읽었던 것 같다.
한여름의 치열했던 시간 속에서 아픔을 뚫고 치유되고 자라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마음을 졸였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특히 민들레꽃을 잡초라며 뽑아내는 엄마의 등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레이스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세번째 장 <가을정원: 연리가 되어>에서는 식물이 흙에 안착하여 뿌리를 내려가듯 신체적으로도 점점 건강해져가면서, 나무와 나무가 연리가 되듯 그레이스와 엄마가 심리적으로 점점 더 깊이 애착관계를 형성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할아버지의 산소에서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외할아버지가 엄마를 안아주는 그림을 그린 에피소드에서는 점점 성장해 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양배추 밭에서 아직 설명해 줄 수 없는 아이 태생에 대해 고민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앞으로 맞닥뜨려야할 인생의 순간들에 대해 마음을 졸이면서도, 이렇게 부모도 성숙해 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네번째 장 <겨울 정원: 만지면 손에 향기가 남는 꽃>에서는 그레이스가 더 넓은 세상과 만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헤어짐의 의미를 알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그레이스를 보며 참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고 있구나 싶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스를 낳아준 엄마에게 쓴 편지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30만평의 땅이 아닌 하나님의 복음을 딸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나는 인생의 어느 계절쯤을 걷고 있으며, 그 계절의 내 인생 정원에는 어떤 꽃들이 피고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했고,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주신 아름다운 선물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녀로 키울 수 있을까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읽기 좋은 가슴 따뜻한 책이다.
요즘 세움북스의 기획이 너무 맘에 든다. 기존의 기독교 서적들이 교리와 신학, 강렬한 신앙과 헌신, 비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거기에 걸맞는 그리스도인의 바른 삶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요즘 세움북스의 책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속 신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쩌면 그동안 한국교회의 강력한 성장욕망에 맞추어 신앙페이, 열정페이를 요구당하며 지쳐 있던 신자들에게 더욱 더 가열찬 채찍보다는, 이런 가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삶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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