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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의 하나님 - 장애아를 키우며 장애인 자립을 위해 일하는 지휼이 아빠 이야기 ㅣ 간증의 재발견 1
서진교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표지의 예쁜 색깔만이 아니라 책의 내용도 그렇다.
단풍과 노을의 닮은 점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푸르고 파랗게 빛내다가 마땅히 돌아가야할 곳으로 돌아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같다는 점이다. 한여름 최선을 다해 푸르러야 비로소 단풍이 붉게 물들고, 한낮에 뜨겁게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힌 후에야 비로소 붉은 노을이 펼쳐지듯, 뜨겁게 주님께 드려진 저자의 삶은 마침내 예수로 붉게 물들어 있다.
저자의 삶에는 그래서 꽃처럼 화사하지 않지만 단풍처럼 수수한 예쁨이 있고, 한낮의 태양처럼 찬란하지 않지만 노을처럼 애잔한 감동이 있다.
주님은 울지 않던 한 아이를 어루만져주시고 눈물을 회복시켜주시며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 긍휼히 여기는 자들을 위해 울게 하신다.
저자의 삶은 약자와 병자, 천한 자와 소외당하는 자, 고난받는 자를 안아주시고 만져주셨던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중독자 부모, 특별한 위로가 필요한 다음세대, 상처받고 지친 목회자,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소외당하고 거절당하는 노숙인, 도움의 손길을 넘어 자립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로 향한다.
특히 노숙자를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고 밥을 사주고 자신의 지갑을 털어주고 옷을 벗어주고 아내가 선물한 귀한 목도리까지 벗어주면서도 더 주지못해 안타까워 하는 저자의 모습은 그가 주님께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자인지를 깨닫게 한다.
아니 우리 모두가 그 사랑을 받았으나 저자는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인지 가슴 깊이 느끼고 감사해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저자와 나의 차이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책상에 앉아 말과 글로만 사랑과 섬김을 외치는 내 모습이 한없이 비루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나님은 사람이 강당할 시험 밖에는 주시지 않는다는데 내 삶이 이토록 평탄하고 무사한 것은 한편으로는 감사의 제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고 초라한 나의 자화상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간증의재발견>이라는 출판사의 기획은 예수믿어서 복받고 성공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만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귀를 기울여주는, 여전히 한국교회에 만연한 번영신앙, 고지론을 뒤집는 좋은 기획이라 생각한다.
고난 중에 기도했더니 마침내 나를 높은 곳에 세우셨다는 간증은 은혜롭지만 어쩌면 많은 이에게 희망고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책은 희망고문이 아니라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 진정한 신앙의 길, 삶의 길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높은 산이 거친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찬양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높은산과 궁궐을 우러러본다. 예수님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는데도 우리의 눈은 애써 거친들과 초막은 외면한다.
그런 우리에게 눈을 돌려 예수님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보자고, 예수님이 눈물흘리는 곳에서 함께 울자고 초청한다.
예수믿어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예수따라 십자가 지고 낮은곳으로, 작은 자들에게로 가는 삶이 진정한 신앙의 길임을, 장황하고 논리적인 설교가 아니라 저자가 몸을 던져 삶으로 살아낸 이야기로 들려주는 감동적이면서도 묵직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성령충만의 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증거는 바로 ‘긍휼‘이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성령충만은 성령님으로 내 마음이 충만한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 P176
그동안 우리는 능력받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성령충만을 간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낮은 데로 나아가기 위해, 지극히 작은 자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기도할 때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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