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전역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우연히 윤승철*이병률 무인도 북토크 응모를 보게되었고, 단순히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글을 남기게 되었다.

 

그 후로 응모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있었는데 당첨 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생각 할수록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북토크행사중 당첨자들은 모두 이병률 작가님이 직접 뽑았다는 말에 더 신기했었다) 

작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처음있는 일이었고, 전역을 하고나서 고민이 많던 나에게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 당일 광주에서 서울가는 버스에 올랐고 3시간 반만에 도착하여, 잠깐 서울구경을 마치고 행사 장소에 도착하였다.

 

카페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대부분이 여성분이었다. 남자는 나를 포함해서 4분정도 계신걸로 보았는데, 왠지모르게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통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여자가 적은 환경에서 지냈었는데 이렇게 남여 비율이 바뀐 장소는 처음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작가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표정을 읽는 등 글로만 만나는 작가님들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병률 작가님은 말도 재밌게 하시고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여유가 있어보이셔서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이런자리를 많이 경험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신인이신 윤승철 작가님은 히말라야를 오르고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신 대범함에 비해  많은 팬 분들 앞에서 수줍어 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북토크 중간에 이병률 작가님이 직접 러시아에서 사가지고온 보드카를 마시는 기회도 있었는데 속이 좋지않아 마셔보지 못해 아쉽다. 토크 막바지 자신의 무인도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행사 참가자 분들과 윤승철작가님의 팬이라는 여고생의 돌발 고백에 행사장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작가님들의 사인회에서 미리 구입한 책에 사인을 받고 작가님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소통하기위해 노력하는 작가님들의 마음을 알수있는 시간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오후 11시, 버스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는 길,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에 절반을 버스에서 보내서 몸은 분명 피곤했지만 정신은 아주 맑았고 편안한 마음이었다.

난생처음 좋아하는 작가와 만났던 시간의 설렘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큰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성취감에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여러 작가분들과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로 돌아가는 버스안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들었다.

작가와의 만남 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새벽은 정말 낮보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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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역하고 난 후에 혼자 서울에 가서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해서 시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문화생활을 즐겼습니다. 대구에서 서울 왕래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막차 타고 대구로 내려올 때 봤던 기차 밖 새벽 풍경이 좋았어요. 가끔 그 때 그 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