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품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충분히 많은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아왔고, 그 작품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럼에도 일반인으로서, 작품 배경에 대한, 그리고 작가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어떠한 점에서는 이해하기 상당히 난해한 부분도 있다. 작가 헤밍웨이는 어떤 점에서는 친절하지 못한 작가이다. 자신이 아는 만큼 독자도 알 것이라 생각하고 충분히 서술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고 쓴 사실에 대해 옮긴이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독자들은 아마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리라 여겨진다.
나와 생일이 같은(^^) 헤밍웨이는 1899년부터 1961년까지 살면서 20세기 초중반의 극심한 혼란과 대립을 경험한다. 1, 2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냉전 등 많은 갈등과 대립과 혼란을 경험하면서 폭력과 고통, 그리고 죽음의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허무함과 고통의 문제, 그리고 죽음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인간이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그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사실 책보다는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도 눈보다는 자꾸 표범이 떠오르곤 했다. 킬리만자로의 눈이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무엇을 의도했을지 궁금하다.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도 다소 어이없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묘사되는 고통과 심적 번민은 생생하다.
거장들의 문학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들의 묘사의 생생함이다. 책을 읽으면 상황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질 것처럼 구체적이며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 삶의 본연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더불어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겉으로 까발리는 힘이 바로 거장이 보여주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
5개의 단편이 실려 있고, 영문판이 함께 있는 이 책은 표지와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그래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자극한다. 책 값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