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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 1
필립 마이어 지음, 임재서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미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서부 개척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서부 개척 시대를 뜻하는 아메리칸 드림이지 않은가. 멋지고 꿈과 희망이 넘쳐나 보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에 처절한 피의 복수와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은 쏙 빠진채 말이다.
이 책은 매컬로 가문의 약6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미국 역사의 단면을 살피고 있다. 건국후 역사를 200여년 쯤으로 본다면, 거의 미국 건국 후의 역사나 다름없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바로 건국 후의 서부 개척 시대이며, 장소는 서부 개척의 상징적 장소인 텍사스이다. 매컬로 가문의 서부 개척의 2세대인 앨리, 그의 막내 아들 피터, 그리고 피터의 손녀 진 앤이 소설의 중심 인물이며, 화자이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200여 년에 걸친 가족사가 전개되는데, 독특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문체와 더불어 시점이 변하는 것이다. 처음 이 부분에 적응하느라 애 먹기도 했다. 고령의 앨리는 누군가에게 자기가 겪었던 옛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피터는 일기 형식으로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진 앤의 이야기는 3인칭으로 담담하게 서술되고 있다. 3명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어 가는데, 초반에는 화자가 햇갈려서 어려웠는데, 이것이 이 소설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인디언의 습격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견뎌야 했고, 인디언 부족에게 끌려가서 결국 백인임에도 인디언 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했던 앨리가 결국 다시 돌아와서 목축일을 통해 서서히 가문을 세워간다. 광활한 텍사스의 초원에서 시작한 목축업은 천혜의 조건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성장했고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매컬로 집안의 엄청난 부를 묘사하는 부분이 몇 곳 있는데, 250만 에이커 가량의 농장이나 도로 개설을 막았더니 단축할 수 있는 길이가 50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하고, 저항하는 멕시코인들의 백만년 급료에 버금가는 금액이 들어간 저택 등에서 매컬로 집안의 어마어마한 부를 실감할 수 있다.
잔인한 코만치 인디언들의 백인들을 약탈하고 습격하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결국 그들은 백인들에게 처절하게 응징되고 보복되며 악순환된다. 원주민과 초기 이주민인 스페인계 사람들, 그리고 나중에 들어왔음에도 마치 텍사스의 땅들이 원래부터 자기네들의 땅이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백인들 사이에 폭력은 순환되고 있다.
미국사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다면 전체적인 소설의 전개와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러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다. 한 가문, 더 좁혀보면 3명의 일대기이지만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미국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사 이면에는 꿈과 낭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처절한 투쟁과 약탈, 투쟁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소설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