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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뉴욕 3부작>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 사실 그의 이름만 간신히 알 뿐 여지껏 작품을 접해 보진 못했었다. 문학 분야의 책들을 썩 즐기진 않는 편인지라 기회도 많지 않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선셋 파크. 앞부분의 이야기에선 다소 추상적인 인상이어서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차츰 어느 정도 흐름은 파악이 되었다. 여전히 서구의 현대 문학은 (이것이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피상적인 느낌이 든다.
소설은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서술되는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간간히 시점이 헷갈리기도 한다. 목차나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처음엔 좀 불편했다. 주인공은 마일스 헬러이지만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상당한 부분이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를 통해 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과거를 반추하며 아련한 추억도 느끼지만 그 시간들을 후회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것을 고통스러워 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꽤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긴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마일스 헬러는 생후 6개월 만에 생모에게 버림 받는다. 그후 아버지가 재혼해서 양어머니가 생길 때까지 꽤 오랜 기간을 어머니 없이 (물론 보모가 있었지만) 방치된다. 아빠의 재혼을 통해 이복 형이 하나 생겼다. 형과 티격태겨 갈등도 많았는데, 서로 성향이 많이 달랐다. 그것이 어느날 사소한 말다툼 끝에 실수로 형을 죽게 하고, 그 충격으로 방황하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야구)을 포기한다.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부모님들이 자신에 대해 난도질 하는 대화를 엿듣고 멀리 떠난다. 그렇게 떠나 생활하는 도중 공원에서 자기처럼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던 소녀 필라와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한다. 필라의 언니가 미성년과 동거한다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다시 도망쳐 선셋파크로 들어간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사회에서 소위 루저로 낙인찍힌 사람들이지만, 선셋 파크의 폐가에 모여 살면서 서로를 치유해 가며, 다시 희망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물들의 과거가 아픔과 상처 투성이 일지라도 지금 그것을 서로 어루만지며 치료하고, 다시 희망을 꿈꾸고자 격려하는 듯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이기 보단 잔잔히,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지금 시대가 청춘들에게 힘들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마일스의 아버지가 몰래 보여주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인상적이었고, 등장 인물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듯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가 뭔가 의미하는 것이 있을텐데 정확히 알지 못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