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유대인 - 하버드를 지배한 유쾌한 공부법
힐 마골린 지음,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한달 전쯤 K방송사를 통해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개인적으로 학습/공부에 관심이 많은지라 예약문자까지 걸어 놓고서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책은 다큐 프로그램 진행자 중 한 명이었던 한국계 유대계 미국인(표현이 이상하지만) 릴리 마골린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떼어 하고 있다. 그녀의 양아버지가 그녀를 키워 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유대인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그들이 어떻게 나라를 잃은 상태에서 문화와 가치를 전승해 올 수 있었는지 들려준다.

 

릴리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대계 미국인이었던 부모님에게 입양되어 한국인의 피를 가졌지만, 유대인의 교육 방식으로 양육되어진 미국인으로 성장한다. 그는 릴리를 유대인의 교육방식으로 양육하기로 한다. 그녀를 유대인으로 만든 것은 유대인의 문화와 교육이다. 릴리의 아버지는 릴리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지적인 호기심이 끊이지 않도록 질문과 대화, 토론을 하며 독서와 올바른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상적인 유대인 부모는 자녀에게 토라 가르치기, 후파 밑에 설 수 있도록 인도하기(다른 사람과 어우러져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마아심 토빔(선한 행동)을 실천하도록 가르치기 등 3가지를 자녀에게 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을 멘쉬라고 하는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정직하고 반듯한 윤리적인 인간, 어려운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쉬운 길 보다는 정직한 길을 택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여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우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 문화의 ‘선비’,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유대 민족의 역사에서 그렇게 많은 위협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로 가르치기, 배우기, 토라 등의 종교 경전과 규율, 강한 결속의 가족 공동체 등을 꼽는다. 이러한 것들을 요약하면 그것은 종교와 교육이다. 유대교라는 동일한 종교로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되었고,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후대에 전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랑스러워 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언젠가 한국계 미국인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양친 모두 한국인이었으며 꽤 늦은 나이(20대 후반)에 이민을 가서 자녀를 낳았으니, 그는 뼈 속까지 한국인이다. 다만 미국 문화에서 자랐을 뿐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이견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유대인들에 비해 다른 민족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치를 전달하는 공동된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유대인의 문화에 대해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음에도 늘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것과 시끄러웠던 예시바 도서관의 모습이다. 우리 나라 도서관 곳곳에는 ‘정숙’이라고 붙어 있는데, 유대인들의 도서관은 시장처럼 시끄럽다. 그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듬어 가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현재와 같은 학습 문화를 갖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과도하게 보다 좋은 대학 진학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쏠려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분명한 가치 지향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역시 유대인에 버금갈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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