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길주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부활>, <전쟁과 평화>와 더불어 톨스토이 3대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안나 카레니나>는 최근 영화로도 개봉되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사랑, 특히 에로스적인 사랑과 성애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당시 시대에서는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자유연애나 불륜 등도 다루고 있어서 다른 걸작들에 비해 덜 알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을 주제로 인간성(人間性)과 인간의 감정의 심연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을 얻고자 하나 상처받을 두려움(체면이나 명예도 해당되겠다)으로 소위 ‘밀당’을 하는 모습,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나 환경과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들, 얻지 못한 사랑에 대한 불타오르는 질투 등 사랑과 관련하여 인간 내면의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그런데, 요즘의 많은 소설들처럼 거추장스럽거나 복잡하지 않고 단순명료하며,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인간 본연의 감정과 갈등들을 깔끔하게 보여주는 것 때문에 톨스토이의 문학이 세계적인 걸작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인공 안나는 품위 있는 고위 귀족의 아내이면서 사교계의 꽃이었다. 오빠의 집을 방문하였다가 안나에게 운명처럼 끌린 브론스키와 뜨겁게 사랑을 나누며 불타오르지만 점차 파멸되어져 가며, 결국 수많은 상상과 질투, 갈등으로 자신의 삶을 육중한 기차에 내던지고 만다. 통속 소설이었다면 안나의 불륜과 사랑이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을 텐데 여기선 브론스키와의 사랑이 끝이다. 이야기 초반에는 흥미롭지만 갈등이 길어지면서 다소 흐름이 지지부진해진다. 같은 문제로 끝없이 갈등하는 것이 우리 인생사이겠지만 소설로써는 지루하게 여겨진다.

톨스토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황홀감과 결혼 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적절한 예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레빈이 결혼한 지도 석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마치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가는 작은 배의 움직임을 멀리서 바라보던 사람이 직접 그 배를 탔을 때 느기는 그런 경험과 같았다. 말하자면 몸의 중심을잡고 조용히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아래엔 물이 있고, 계속해서 노를 저어야 하며, 익숙하지 않은 손은 점점 아파오는 것이었다.’ (p.210)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후반이다. 등장인물들은 러시아 사회의 유산계급, 혹은 유한계급들인 지주, 귀족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이란 파티하고 여행을 다니는 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하인들을 여럿 부리고 있다. 20세기 초 공산혁명이 발발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귀족들의 행태에 반하는 인물로 제시된 레빈의 삶을 통해 건강한 노동과 사회에 대한 톨스토이의 고민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엔 유난히 오타가 자주 눈에 띄었다. 사실 사소한 것일 수 있으나 오타는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이며, 책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편집인들은 다시 한 번 꼼꼼히 검토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원래는 별점 5개이나 깎인 것은 편집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