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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사실 만화처럼 예쁜 책표지 때문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표지의 만화처럼 예쁜 여자 주인공 그림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책에 눈길을 주게 되었지만 꼭 이것 때문만 읽게 된 것은 아니다. 책이라는 주제, 그리고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내 기호의 많은 것을 자극했다. 예쁜 여 주인공이 책과 얽힌 미스터리라, 충분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궁금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일본 문화의 저변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정말 독특한 소재를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슬램 덩크나 초밥왕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생겨나기 마련이니까.
이 책은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다. 그런데 또 딱히 추리 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뭔가 어색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책표지의 부연 설명에서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힐링 미스터리’라고 쓰고 있듯이 미스터리의 구성을 하고 있다. 미스터리보다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야기 전개가 꽤 빠르고, 흥미진진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미스터리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 범인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인 것 같다. 또 크게 4권의 책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고, 여주인공 시오리코가 병원에 입원한 채 남주인공 다이스케가 들려주는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성을 보면 홈즈 시리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주인공 에르큘 포와로와 흡사해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의 캐릭터가 또한 일본스럽다. 여주인공은 평소엔 말도 잘 못하고 상대방 눈도 잘 못 마주치지만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남주인공은 어렸을 적 트라우마로 책을 읽지 못하는 상태이다. 가끔 주인공들이나 등장인물끼리 투닥거리는 모습은 만화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만화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리즈로 후속작도 있으니 챙겨 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