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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ㅣ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소설같다. 아니 차라리 소설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 보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또한 슬픔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바쳤던 故 김근태 님.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현대사의 슬픈 주인공 김근태, 그의 삶의 유년시절부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기록한 이야기이다. 그와 관련된 기록이나 주변의 증언을 토대로 저자가 소설의 형식을 빌어 서술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상가로서의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많이 부각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임에도 미화되지 않고 실수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김근태님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김근태의 일화 중 기억 나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새로 전학간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연거푸 1등을 놓치자 조급한 마음에 시험지를 훔쳐내었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2문제를 틀렸지만 1등이 한 문제만 틀려 또 다시 2등을 했다. 또 집의 닭이 낳은 달걀을 훔쳐서 박하사탕과 바꿔먹다가 어머니께 들켰을 때 거짓말을 하다 혼쭐 났다. 다음에 아버지께 도둑으로 오해를 받았을 때 어머니가 인두를 가져와 거짓말 하는 입은 지져버리겠다고 했던 경험은 좀 끔찍하기도 했다. 남영동의 치욕스런 경험은 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다. 처음 고문을 받기 시작할 때 이를 악물고 버텨 보려 했으나 인간의 상상과 한계를 뛰어넘는 고문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 고통 가운데 전두환 정권의 추악한 실태를 훗날 낱낱이 밝혀 내려고 정신을 집중하여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자 머리 속에 새겨 넣는 모습에서는 현대사의 거인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완벽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때로는 판단 미스를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시대적 소명과 역사의 부름 앞에 망설이기도 하지만 담담히 응답하며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던진 그와 같은 이들의 삶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울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많은 이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