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로도 각색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책, 원제는 <Call me by your name>이다. 책에 대해 잘 몰랐지만, 여기저기서 자꾸 추천되길래, 한번 읽게 되었다. 주제는 사랑일까, 동성애일까? 사랑이지만 관계가 동성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까? 람다문학상 게이소설 부문을 수상했다고 하니, 동성애가 주제라고 읽힌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가 섬세하게 잘 묘사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엘리오가 소녀였다면, 그리고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지지 않고 마음은 이어졌지만, 끝내야 하는 정도로 관계가 정리됐다면 어땠을까 싶다.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책 초반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이다.


책의 초반 전개는 생각보다 빠르다. 몇 페이지 안 나갔는데,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마음을 빼긴다. 보통의 소설은 초반에 꽤 많은 분량을 배경 설정에 할애하는데, 이 책은 거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대신 6주간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엘리오의 감정 변화가 자세히 묘사된다. 6주 이후, 20여년이 지난 후 회상하는 부분도 간략히 나온다. 전체적인 구성이 도입과 결말이 짧고, 본론이 긴 느낌.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에서 엘리오의 아버지는 학자들이 휴양할 수 있도록 초대하곤 한다. 그해, 초대받은 학자는 겨우 24살의 철학 교수 올리버. 엄친아같은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마음을 빼긴다. 그렇지만 올리버의 마음을 모르기에 감추고 있으면서, 올리버에게 은근히 자기 마음을 표현하며, 뭔가를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면, 올리버는 보통 "나중에"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지곤 했다. 나중에...


올리버 역시 엘리오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후, 둘은 육체적인 사랑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렇지만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는 법. 이별하기 전 로마에서 함께 둘 만의 시간을 보낸다. 


책을 다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자세한 줄거리는 많이 떠오르지 않지만, 아련히 그 감정들만이 남아 있다. 엘리오가 느꼈을 감정들...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했었던 마음...


누구나 그해 여름이 있을 것이다. 예기치 못했던 순간, 찾아온 손님을 어찌해야 할 줄 몰라서 결국 그냥 돌려보내야 했던, 혹은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던 기억. 그것은 회한이 될 수도, 아련한 추억이 될 수도, 아쉬운 후회가 될 수도 있겠지.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내 삶의 한 켠을 수 놓는 흔적이 될 것이다. 비록 잃어버린 조각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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