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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언어 - 나무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렸을 적 우리는 흔히 사물들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으로 동화나 만화 같은 책이나 영상이 만들어졌고 많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러한 상상은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위로와 쉼이 되곤한다. 이 책은 나무들중 가장 위대(하다고 저자가 주장)한 나무, 주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한 주목이 탄생해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나무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간다.
주인공 주목의 엄마는 숲의 나무들에 서열이 있다고 알려준다. 물론 주목이 가장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 아래에 물푸레나무와 떡갈나무가 있다. 물푸레나무는 충실한 신하였지만 떡갈나무는 야심만만했다. 숲의 지배자인 주목과 자주 충돌했고 반란을 꿈꿔왔다. 다른 종을 제거하고 떡갈나무 숲을 만들겠다는 떡갈나무의 야심은 주목의 왕권에 도전하게 됐고, 주목은 자신의 왕권과 숲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떡갈나무와 전쟁을 선포한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들이 어떻게 싸우고 전쟁을 한다는 것인지 이 부분이 가장 역동적이며 흥미롭다. 주목의 주도 하에 숲의 나무들과 동물들이 모여서 전략회의를 하고 떡갈나무가 겨울잠에서 깨기 전 사슴들이 땅을 다져서 떡갈나무 뿌리가 호흡하기 어렵게 하고 쐐기벌레들이 잎을 갉아먹고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내는 등 떡갈나무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부분은 역동적이었지만 자연의 조화로움을 기대했던 내겐 인간세상의 배척과 따돌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주인공이 나무이다 보니 특별한 기승전결이 느껴지진 않는다. 씨앗이 싹트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거기에 맞춰 인간사의 한 부분이 소개되곤 한다. 아무래도 서양사인데 신대륙을 개척하는 부분에선 인간과 기독교를 필요 이상으로 추악하게 그리지 않았나 싶다. 악명 높은 해충이라니ㅎ.
아쉬운 점은 내용보다는 편집 교열에 대한 부분이다. 책을 읽다보면 종종 사소한 맞춤법 실수가 눈에 띈다. 실수로 보이는 건 넘어갈 수 있는데 성의 문제일 땐 좀 거슬린다. 그러면 읽다가 탁 막히는데, 좀 그런 사례가 많다. 편집자가 더 성의를 가지고 꼼꼼히 살펴주길 바란다.다음 쇄를 찍기 전 진짜 기본적인 건 점검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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