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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언어 - 강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땐, 특강 등의 강의를 할 때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강(River)의 언어였다. 강이 주인공이며, 등장하는 모든 대상이 의인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특별한 동화라고 했나 보다. 사실 강을 좋아해서 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에 어린왕자같은 따뜻함이나,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를 기대했는데 어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강이 주인공이며, 산, 대지, 물고기 등 강 주변의 자연들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물의 요정, 물의 정령 등 다양한 요정류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모든 캐릭터들은 의인화되어 있어서 사람들처럼 말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질투도 한다. 이런 부분들에서는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자연계 버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용의 전개는 인류 역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간간히 그때의 인류 역사를 언급해 주면서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지혜로운 여사제가 이끌어 가는 족장 시대에 유목민이자 전사인 쿠르간이 등장하여 잔혹하게 살상을 하며 여자 족장 시대를 끝내며, 남성 중심 사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 대목에선 이갈리아의 딸들에 반기를 들고, 반페미니즘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내용에서는 강이 생성된 이후, 강이 물의 요정 살마키스와 사랑을 나누다 이별하고, 또 다른 노움인 루미너리와 사랑을 나누는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자연을 숭상하는 애니미즘적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 그리스 로마 철학과 다른 다양한 세계관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더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강의 생성은 불교나 힌두교의 윤회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저자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어떤 점에서 평단과 유럽 독자의 극찬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보통의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배경 지식을 요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이것은 저자보다는 편집자에 대한 불만이겠다. 오탈자나 타이포가 너무 많았다. 띄어쓰기 오류나 문장부호가 잘못 쓰인 것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시빌레라는 등장인물이 있는데 시빌레라고 쓰였다가 바로 다음에선 시벌레라고 쓰이며, 이게 계속 번갈아가며 쓰이고 있어서 단순한 실수라고 보이지 않고, 편집 과정에서 교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