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쾌락 - 꽃처럼 꽂히다
김세호 지음 / 매직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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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사랑은 문학의 오랜 주제이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랑을 그려왔고, 그 중 에로스, 즉 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왔다. 성은 인간 쾌락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지만 가장 은밀한 행위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이 경험한 최고봉의 순간이 실로 어떠했는지 자세히 알긴 어렵다. 문학은 상상을 통해, 언어의 기교를 통해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순간을 묘사하고, 드러내놓고 까발리기 어려운 것들을 마음에 거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이 문학의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집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꽃이 느끼는 사랑이고, 두 번째는 꽃이 맺은 사랑이다. 꽃에 비유한 성과 사랑을 다루고 있고, 단순히 성이나 사랑을 다룬 시도 있다. 그도 아니면 그냥 야설적인 시도 있다. 그리고 몇몇 시인이 서로 이어서 쓴 시들도 있다. 이건 꽤나 흥미로웠다. 성에 대한 한 시인의 시에 대한 답시로 계속 이어지는 음풍농월이 유쾌하다. 직설적인 듯 하면서도 은유와 비유가 있어 야릇하면서도 천연덕스럽다.

 

내 마음에 드는 시는 책의 제목으로도 뽑힌 <꽃의 쾌락>이다. 꽃과 나비의 관계를 묘사했는데, 우리의 상상을 자연스레 인도하지만 전혀 야하지도 않고, 자연과학적이면서도 살짝 부끄러울 정도로 미소짓게 한다.

 

시는 인간 본성을 탐구할 때 빛을 발하는 듯 하다. 성에 대한 갈망을 내면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것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날 때 보통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적정한 선을 지켜줄 때 아름다운 절정을 경험하게 한다. 아슬아슬 경계를 넘나들지만 한번씩 발이 빠질 때가 있다. 알아서들 건너 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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