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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 내 마음을 그리 꼼짝도 못하게 붙들었던지 내려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몇 정류장을 휙휙 지나쳐 종내는 버스의 종점까지 가고야 말았다. 서점에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만났을 때, 나는 화창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가슴에 찌든 권태와 우울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소중한 것을 잊지 않으며 열심히 잘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표를 가슴에 남기게 되었다.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아 세상이 덧없다 여겨져 조금은 상심하고 있었는데 모리 교수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내게 사색의 시간을 던져 주었다. 죽음의 그늘 속에서도 생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것인지 알려준 모리 교수님은 정말 참된 스승이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스스럼없이 농담과 애칭을 주고받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은 사제지간을 떠나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교감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수업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또한 세상에 이렇게 값진 인연이 또 어디 있겠는가. 참된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언제나 놓여 있는데 헛된 욕망이 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책을 읽는 내내 내게 소중한 학창 시절의 추억을 주신 선생님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했다. 졸업식 날, 나 역시 '미치'처럼 선생님을 자주 찾아 뵙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내 위치에서 좀더 자리를 잡으면 자랑스럽게 찾아뵈어야지 하며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가슴에 묻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선생님께선 내 안부 전화 한 통에도 환하게 웃어 주실 텐데 말이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찾아 뵐 생각이다.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안개꽃 한 다발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가슴에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