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청년공의 에세이라고 해서 마냥 어둡고 우울할 줄만 알았다. 물론 우울하고 어둡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가볍게 뛰어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었다. 막연히 잘 될거라 생각하는 치기 어린 젊은이의 낙관성이 아니라(나는 말랑말랑하게 살다보니 나이브함이 몸에 배어 있다), 삶의 밑바닥을 두루 살아내며 단련된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의 사연은 기구하기 짝이 없지만, 기구함만을 가지고 유난을 떨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작가가 스스로의 삶을 동정하지 않는데 굳이 독자가 그를 연민할 이유는 없다. 무례한 일이다.

청년공이라는 부제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염두에 두게 되는데, 그것 역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청년공 중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게 아니라 그냥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러웠다. 삶을 표현할 단어를 가지고 있다는 건 복된 일이다. 아무튼 간에 이런 좋은 책은 많이 팔려야 한다. 그래야 딴 책도 쓰실 거 아녀..

[100자평]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펼쳐진 중독의 위험.

중국을 그저 혐오만 하고 말 것인가?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2년 8월

대단히 흡입력이 뛰어나면서도 알차고 유익한 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굉장히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한 가지 이슈에서만큼은 대동단결한다. 중국 혐오의 정서가 그것이다. 혐오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그래도 중국은 쫌 그렇지..' 하는 태도를 보인다. 나 역시도 이런 태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자는 이런 세태에 질문을 던진다. 중국을 그저 혐오만 하고 말 것인가? 수천년 동안 우리나라 바로 옆에서 유구한 영향을 끼쳐왔고, 앞으로도 큰 영향을 - 가히 쇼크라 부를 만한 -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피지기하지 않을 것인가? 그저 조롱하고 욕하면서 발밑에 닥친 위험을 무시할 것인가?

중국에 관심은 있으나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왜 중국이 모순 가득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위기와 기회를 줄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등등 저자의 광범위한 자료수집, 취재, 깔끔한 정리가 돋보였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그의 인사이트는 맑고 탁월했다.

나의 와인 취향은?

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 - 온전한 생명력을 지닌, 와인의 ‘오래된 미래’
정구현 지음 / 몽스북 / 2022년 9월

와인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편의점 와인 홀짝거리는 수준을 겨우 벗어나니 무궁무진한 와인의 세계에 압도당하게 된다. 전통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가면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통장은 텅장이 되고 지갑은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내추럴와인이라는게 또 있단다. 마트에서 한 구석에 몇 병 있는 것을 본 게 전부다. 알고보니 알음알음 다들 잘도 마시고 있더라. 구대륙 와인도 제대로 맛을 못 봤는데 무슨 내추럴 와인? 하지만 호기심을 이길 수 없어 북펀드에 참여했다.

웬걸. 저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약간.. 와인에 미친 사람? 솔직히 여행 서적이나 와인 서적이나 감성 뿜뿜하는 책들 싫어하는데 이 책은 학술서라고 불러도 되겠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딱딱한 책도 아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와인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좋아하니 탐구하고, 탐구하니 빠져들고, 빠져드니 전도하고 싶었나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꼭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내추럴 와인 사러 가야될 것 같다..

백꼬선생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1 - 수상한 오두막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연철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9월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지만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백꼬선생입니다. 흥미진진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네요. 백꼬선생의 다음 활약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