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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와 함께한 영화산책 : 올드보이
한원희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벌써 십 년도 훌쩍 지나 이십년이 다 되어 간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정작 다 보고 나서는 '그래서 이게 무슨 영화야?' 하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로 박찬욱은 이름을 크게 알렸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이 되었다. 영화에 문외한이라 이 영화가 왜 이렇게까지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올드보이는 내 기억 속에서 그냥 지나간 영화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무심코 펼쳤으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영화라는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었나? 이 정도까지 말할 수 있나? 작가의 과잉 해석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의 해석에는 전부 근거가 있었다. 그의 도발적인 해석은 방구석 평론가의 뇌피셜이 아니라, 신중한 집도의가 미장센과 시퀀스를 철저히 해부하여 분석하는 외과 수술이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올드보이를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도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작가의 해석에 의하면, 올드보이가 보여주는 것은 현대 사회를 둘러싼 거대한 가치관들의 대결이고, 그 대결에서 망치를 든 철학자가 마침내 승리하여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눈 덮인 설원에서 자유를 만끽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개인의 복수극이 아니다. 억압에 대한 복수, 관념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다만 그 복수가 정말로 최종적인 승리인지는 지켜 볼 일이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이 영화를 보는 내 관점을 영원히 바꿔주었다. 영화감독이 왜 작가라는 칭호를 얻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굳이 이 책을 추천하기 위해 리뷰를 쓴다.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충격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