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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어렸을 때부터 수십번 넘게 읽어 온 본문이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다. (하갈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긴 했다.) 교회에선 아브라함을 가리켜 믿음의 조상이라고 한다. 우리도 아브라함과 같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어떤 믿음인지는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마도 자식을 바친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든 말이 되게 해 보려고 많은 사람들은 노력했다. 신학적으로야 당연히 정석, 전통적인 해석이 있고 받아들여질 만한 믿음의 방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해석일 뿐, 아브라함의 내면까지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이 책은 그걸 들여다본다. 아브라함 뿐만 아니라 이른바 족장 시대의 인물로 전해 내려오는 각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각자가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같다. 사랑이다. 사랑은 자식을 죽이거나, 자식이 죽는 걸 차마 보지 못해 저만치 물러나게 만든다.
사람에 대한 사랑 뿐이라면 별 것이 없을 터였다. 그러나 이 인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신이라는 존재를 만나고야 말았다. 신은 그들에게 딜레마를 던졌고, 그들의 - 그의 - 사랑 때문에 그들이 고통을 당하게 만들었다. 신이 없었다면 겪지 않았을 고통이다.
신은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무엇을 요구하기는 하는가? 요구한다면 전부를 요구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신에게 바쳐야 할지도 모른다. 아들을 바치라는 신의 요구 앞에서 아브라함에게는 자살이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