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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평점 :
타이틀이 필요할까
나의 세대라면, 적어도 한번쯤 슈퍼스타K를 생방으로 챙겨봤을 것이다. 사실 내 오랜 기억속의 장재인은 엉뚱한 표정으로 기타를 매고 '신데렐라'를 충격적으로 잘 불렀던 모습으로 남아있다. 약간은 멍해보이는 특이한 표정, 특이한 말투, 특이한 목소리 … 특이하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슈스케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을 또렷이 기억할 만큼 특이한 사람.
가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하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평범한 생각은 절대 아닐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으니까.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는 나의 궁금증을 해결시켜준, 장재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유리창 같은 책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꾸밈없이 본인의 생각 그대로를 생각의 흐름대로 쏟아내 놓은 느낌이랄까. 어느정도의 무질서함도 있고, 살짝 흐트러진 책상위에 올려진 다이어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치 '장재인'이라는 사람을 실제로 알게 된 것만 같은 친근함을 전해주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장재인은 책 머리말에 "우린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마주해 수다를 떤 거다." 라는 말을 적어두었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와닿지 않던 말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더욱 또렷해진다.
7p
내가 보는 시선이 당신의 이야기와 닮은 점이 있다면,
당신을 슬쩍 웃게 할 즐거움이 있다면,
우린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마주해 수다를 떤 거다.
사람 장재인이자 아티스트 장재인. 그 두가지의 면모가 잘 혼합되어 그녀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면을 다 보여드릴게요! 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아놓은 생각들 중에는 마치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던 것 같은 생각도 있고, 정말로 예술가가 할 법한 생각도 있고, 너무 평범해서 문장이 흐릿한 생각들도 있다. 역시 한 사람에게는 참으로 다채로운 감정들과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구나. 그건 미처 몰랐을 뿐이지 연예인 장재인도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된다. 작가를 향한 친근함이 내 마음속에 조금 더 자리하면서. 조금 더 나아가서 나도 내 생각을 잘 기록해두어야겠다. 기록하고 읽어보면서 나를 좀 더 잘 알아가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되는 걸 보니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확실히 대화를 한 것 같다.
29p
과한 방어는 들어오는 것만 막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던 것도 잃게 한다.
90p
나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고
연약한 것은 연약한 그대로, 또 두려운 것은 두려운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