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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 줄에 접어드니 거울 볼 때마다 슬금슬금 늘어나는 흰머리며, 예전 같지 않은 피부 탄력 때문에 가끔 한숨이 나오곤 해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자연스럽게 늙는 게 좋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 '어떻게 나이 들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어쩐지 제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오시 하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입니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내 멋대로 산다'라니! 과연 어떤 할머니가 등장할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죠. 도쿄 아자부에 사는 패셔니스타 할머니, 올해 일흔여덟의 오시 하나 할머니는 제 편견을 산산조각 냈답니다. "죽을 때까지 외모를 가꾸는 사람"이 되겠다는 그녀의 당당한 선언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나이는 본인이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하잖아요?"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의 말에 저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아, 나도 저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라는 소망이 절로 피어났죠. 하지만 오시 하나 할머니의 인생이 마냥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생의 말년을 즐길 준비를 마친 그녀에게, 42년간 함께 했던 남편이 숨겨왔던 비밀이라는 거대한 폭탄이 날아듭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유서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비밀! 친절하고 따뜻한 가장인 줄 알았던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었고, 심지어 서른여섯 살이나 된 숨겨진 아들까지 있다니! 이 대목에서 저는 책을 읽다 말고 "이 거짓말쟁이! 절대로 용서 못 해!"라고 사야카와 함께 소리칠 뻔했답니다. 그동안 삶을 지탱해주었던 믿음과 사랑이 무너진 하나 씨의 허탈함이 그대로 전해져 저도 모르게 맥주 한 캔을 따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상상 초월의 전무후무한 캐릭터 오시 하나 할머니는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삶의 의욕을 잃고 맥주 한 캔으로 남은 삶을 고민하는 찰나, 그녀는 곧장 일어섭니다. "늙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 이 메시지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이 든 이의 강함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의 아름다움에서 드러난다!'라는 그녀의 신념은, 그저 허영심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태도임을 깨달았죠.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며 '이젠 어쩔 수 없어'라고 체념하려던 저에게, 이 책은 강력하게 말합니다.
'나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오늘을 낭비하고, 방황하지 마!'라고요. 나이 듦이 두려운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답게' 오늘을 살아갈 용기와 해답을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