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게무의 여름

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ㅣ 다산어린이문학
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들은 방학이 마냥 좋겠지만, 우리 엄마들은 '이번 방학에는 뭘 하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요. 그러던 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답니다! 바로 "주게무의 여름"이에요.

제목부터가 싱그럽고 눈부신 여름을 떠올리게 하잖아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아, 이 책은 여름 냄새가 폴폴 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답니다. 천신 마을에 사는 4학년 친구들, 가쓰, 야마, 슈, 아킨이 뭉쳐서 '이번 여름방학을 최고의 방학으로 만들자!' 하고 외치는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건, 바로 가쓰라는 친구 때문이에요.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근위축증을 앓고 있어서 누구보다 이번 여름을 간절히 기다렸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던지... 자신이 갈수록 걷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눈치채고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가쓰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 책은 슬픔이나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였죠.

네 명의 친구들이 산골 마을의 자연을 누비며 펼치는 세 번의 모험은 정말이지 생동감 넘쳤어요! 무시무시한 곰을 무찌른 '곰잡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마을 다리에서 시원하게 강물로 다이빙할 계획을 세우고, 천 년 넘게 산 칠엽수를 보러 떠나는 여정까지! 이 모든 모험이 판타지가 아니라, 아이들의 '의지'만으로 현실에 뿌리를 내린 채 나아간다는 점이 정말 멋있었어요. '현실을 마법처럼 신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더라고요. 저도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강물에 발 담그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맡기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었답니다. 물놀이 후에 햇볕에 데워진 바위에 누웠을 때처럼,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여름의 감각이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가쓰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어요. 만담가가 꿈인 가쓰는 늘 '주게무 주게무'로 시작하는 기나긴 만담을 즐겨 불렀는데, 이 '주게무'라는 말이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장수를 바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서도 대견하던지요. 하지만 가쓰는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만담을 통해 유쾌하게 받아들여요. 친구들 또한 가쓰의 병이 악화되는 것을 알지만, 함께 만담을 부르며 '지금'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덕분에 이 책은 우울한 이별 이야기가 아니라, 밝고 명랑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로 빛을 발해요.

아프지 않던 과거를 아쉬워하거나 증상이 나빠질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매일 걱정 속에 파묻혀 미래만 불안해하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달까요? 여름 모험이 이어지는 내내, 네 명의 아이들이 힘껏 살아가는 생명력이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전해져 와요. 4학년 여름방학은 평생에 단 한 번뿐이지만, 이 아이들이 보여준 생명력은 정말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코앞인데,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고민이신 학부모님들께 "주게무의 여름"을 강력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 속의 소년들과 어깨동무하고 여름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