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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들꽃 - 삶이 그러하여도 잠시 아늑하여라
김태석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평점 :

시집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 질때가 있다. 더운 여름 바람 초록의 나뭇잎이 노래할때 내게 찾아 온 "발밑의 들꽃"을 읽는 내내 그러했다. 오랜만에 툭툭 던져 피어진 들꽃의 아름다움처럼 이 안에 담긴 시들이 그러했다. 그렇게 내게 툭툭 던져졌고 사이사이 피어나고 지는 들꽃처럼 꽃피워졌다.
제 2장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도 한철이었어의 "민들레 홀씨"를 읊조리며 말한다.
"나에게도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그런 순간이...." 홀씨는 불어온 바람에 희생된 듯하지만 다시 떠돌다 머문 곳에 생명을 틔우고 아름다움이 피웠다가 다시 흰머리가 되어 작은 바람에도 가벼히 날아가 버리는 삶이 느껴져 한없이 입안에 맴돈다. 이네 찾아온 나의 머리속 흰머리가 마치 홀씨를 닮아 뽑아 내지 못하던 나의 마음이 이 시에 위로 받는다. 그리고 늙음을 받아들일 용기 또한 얻는다. 내 삶이 민들레 홀씨보다는 길게 살아가기에 투정이 무색해진다.
김태석 시인의 "발밑의 들꽃"은 인생에 아픔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고 어린 순수한 손같은 들꽃처럼 부드럽게 위로해주고 있다. 1장부터 5장까지 타이틀 조차 토닥이는 구절에 마음이 붉어진다.
1장 아무도 모를 거야, 날 만든 하늘조차도.
2장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도 한철이었어.
3장 괴로운 것엔 끝이 있었으면 좋겠어.
4장 단 한번의 계절이잖아, 마음껏 음미할 거야.
5장 한 끝으로 묶여 함께 시들고 싶어
개인적으로 3장 괴로운 것엔 끝이 있었으면 좋겠어의 모든 시들은 육체의 아픔과 마음이 아픔을 갖고 살아내는 이들에게 주는 위로와 같았다. 젊은 날의 내게 남아있던 눈물을 훔쳐 닦아주고 닦여진 자리조차 따뜻하게 온기가 자리하게 한 시의 구절 구절이 이기주 사진 작가의 필름 속 사진이 시와 어우러져 그 속 깊게 감정에 몰입하게 한다.
삶은 생즉고라 하는데 나는 책을 통해 고통을 위로 받는다. 특히 이렇게 마음을 여며주는 시를 만났을 때 더더욱 보살핌을 받듯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이 마음을 담아 삶을 기꺼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김태석 시인의 발밑의 들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