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소한 지음 / 보노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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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우울증의 증상. 가끔 나는 과거의 한떄에 머문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어스름한 저녁길. 주변은 조용하고 가로등 불빛만이 내가 가는 길에 빛과 그림자를 만든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 그리고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 다급하지만 그 안에 침착함이 느껴진다. 같은 일을 하지만 필요한 자료를 내게 급히 요청한다. 퇴근길. 다시 돌아가기 힘들고 뒤돌아 걸어 들어가 컴퓨터에 앉아 찾기도 귀찮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집에 까지 걸어가는 길보다 짧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리고 친구에게 내일 아침 일찍 찾아서 보내주기로 한다. 그리고 아침이 왔고 그 친구의 죽음의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그때 내가 다시 돌아가 자료를 보내줬으면, 다급했던 목소리에 일보다는 안부를 물어봤다면,...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로 서로를 위로 해 주었다면.. 그 친구는 자살이라는 선택을 잠시 미뤄두진 않았을까! 그떄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밤 가로등 불빛아래 내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며 통화하며 돌아가기 귀찮아 하던 나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내 삶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항상 그떄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그리고 떠오를때마다 그 어린 소녀를 위로한다. 아주 뒤늦은 아픈 후회로. 

이소한 작가의 책 내가 나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읽으면서 그 어린 소녀의 마음도 생각도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울고 울며 슬퍼했다. 한껏 슬퍼하며 아쉬웠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그 소녀의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을까! 병원을 조언해보지 못했을까! 왜 난 그 소녀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루하루를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이소한 작가에게 살아줘서 고맙다. 이겨내주어 고맙다. 그렇게 아프게 떠나보낸 이를 다시 토닥이며 그 소녀가 겪었을 우울에 위로하며 다시 한번 안녕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어 감사한다.

이렇게 내가 나에게 안녕을 말할때 이소한 작가님의 진정한 시간들이 담겨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녕을 건넨다. 그 안녕히 헤어짐의 안녕이 아닌 안부를 묻는 안녕으로 그렇기에 그 안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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