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책방
안미란 외 지음, 국민지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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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책을 재미나 맛으로 먹나요? 머리에 좋아야죠!" 민이 엄마가 숨을 한 번 고른 뒤 미소를 띠고 말했다.
“면 여사님, 저 아이들 표정 보세요. 책 속 주인공과 같이 웃고, 같이 화내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행복해하잖아요.”면 여사는 못 들은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이는 탁자에서 조심스레 책을 맛보고 있었다. 잠잠이 선생님은 참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천천히 맛보렴.”
총총한 눈빛으로 잠잠이 선생님과 눈을 맞춘 참이는 『까막눈이 득구를 집었다. 책을 맛보는 참이 뺨은 햇볕 아래 잘 익어 가는 복숭아 같았다. 침을 꼴딱 삼킬 때마다 참이 뺨은 분홍빛으로 번져 갔다. 그네 의자에는 두 아이가 책을 가운데 두고 요란하게 쩝쩝 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저렇게 맛있어하지?'
면 여사는 그네 의자 뒤쪽으로 갔다. 깔깔대느라 들썩이는
어깨 너머로 장독과 초가지붕이 날아다니는 그림이 보였다.
아이들은 방귀쟁이 며느리의 방귀 바람에 남편과 시부모가 가마솥과 문짝을 붙잡고 쩔쩔매는 걸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수준하고는…….’
면 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국꽃을 병풍처럼 두른 바위에 앉은 아이는 바위와 한 덩
어리가 된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책 표지의 무표정한 남자아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 손등으로 눈을 쓱 문질렀다. 담벼락 쪽 석류나무 아래 돗자리에는 아이들이 벌러덩 누워있다. 재잘재잘 말소리와 침 고인 혀를 말아 후르릅 삼키는 소리가 왁자그르르했다.
아담한 바위들이 둘러진 곳에는 아이들과 아빠가 오순도순 앉아서 가족책을 고르고 있었다.
“시간 아깝게 이런걸 뭐 하러 먹어?”
면 여사는 구시렁거리며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원하는 책이 안 보여 짜증이 났다. 잠잠이 선생님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
“저기요! 여기 『천재 지식 전집은 없나요? 『일등 영어 전집」이나 『하버드 과학상식 전집』도 좋다던데, 그런 걸 먹여야 공부도 잘하고 대학에 가죠."

"오늘 똥책 요리는 정말 구수하겠죠?"

작가 김민선님의 책요리를 보면서 난 아이에게 어떤책을 권해주는지 난 어떤 맛을 먹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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