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삶의 마지막 날, 내 인생에 묻는다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한주 한책 노루귀입니당. 

 

한때 유행했던 드라마 <도깨비>의 악역을 담당했던 박충원은 한 많은 원혼으로 떠돌며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세상을 내 황제의 발 아래, 그 황제를 내 발아래, 그리하여 천하를 내 발 아래에 둘 것이다.” 박충원은 죽어서조차 자신의 욕망을 접지 못하고 주인공을 쫓아다니며 파국을 맞고야 만다. 그런 점에서 파국이라는 것이 정말로 끝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인물이 죽고 나서도 역사에 기록으로 혹은 사료로 흔적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사후에 그 사람을 추억될 때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평가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가끔은 한 번씩 꺼내 생각해보게 하는 도서가 바로 이 책이다.

오자와 다케토시는 2006년 메구미 재택 클리닉을 개원하고 생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일을 하며 느낀 바를 이 책에 담았다. 메구미 재택 클리닉은 더이상 의료적인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일하는 호스피스를 담당하는 회사이다. 책에서 기본적인 저자의 입장은 있는 그대로’(20)를 존중하되 죽음조차고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찾아온 병마는 그의 삶을 고통에 빠트리고 좌절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오히려 그 가운데 색다른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웰다잉만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오늘의 일상이 왜 소중해야 하는지, 왜 대단한 것이 아님에도 가치 있는지 한발 물러나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죽음이 선고된 이들에게 자유가 박탈되는 순간 그들이 그동안 누렸던 자유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한다. , 몸이 아프면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믿고 맡기게 되는 새로운 관계의 국면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쉬운 것은 죽음이라는 진지한 재료를 다룰 때 스토리텔링 방식을 바꿨다면 하는 점이다. 죽음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에 적절한 선고와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무게만큼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다. 독서라는 행위는 지독히 사적인 행위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려면 저자의 경험이 독자의 경험과 느낌에 호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가 경험한 스토리가 독자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독자는 저자의 느낌을 말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크게 감동으로 와 닿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현재를 살피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밝혔듯이 인생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분들이 모두 평온하게 살아가기를 나 또한 바라는 바이다. 그러기 위해 호스피스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하며 그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직업으로서 호스피스의 역할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되고 싶은 나와 실제 나의 차이,
인간은 늘 이 중간에서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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