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산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당신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리움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주의 깊게 거부를 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운다는 것

웃는다는 것

화낸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짓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딘가에서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개짓 한다는 것

바다는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시를 쓴다는 것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중에서(21~23p)

창 밖 불빛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밤

어느 집 개짖는 소리가 왕왕 울리고

늘어진 전깃줄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본다는 것

듣는다는 것

우연히 만난 시의

울림이

내 가슴을 파고드는 것

이 순간이 지나고나면 다

사라지는 것을

무엇에 마음 졸이며 사는 걸까 

좀더 배려하고 좀더 사랑하고

내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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